지난 2015년 1월부터 시행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개선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더구나 현재와 같은 저성장의 그늘에서는 더욱 절실한 과제라는 게 중론이다. 과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이대로 좋은지, 이시진 경기대 교수(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의 견해를 들어본다.<편집자>
지구온난화에 대비하는 전 세계
2015년 5월 인도의 일부 지역은 48℃가 넘는 폭염으로 2000여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위험평가기구인 IPCC는 2016년이 기후 관측 사상 지구 평균온도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발표했다.
이러한 지구 온난화 문제는 어느 특정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응은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에서도 중요한 주제가 되었듯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행동과 실천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저개발 국가나 개발도상 국가뿐만 아니라 일부 선진국에서도 자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유엔 기후변화 협약(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은 지구의 평균온도를 18세기 산업화 시기의 온도와 비교하여 2℃ 이상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6개의 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과불화탄소, 수소불화탄소, 육불화황) 중 배출량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왔고 우리나라도 1993년에 UNFCCC에 가입했다.
그 최초의 국제적 약속은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제3차 당사국 총회(COP3)에서 채택됐으며 2005년 2월 공식 발효됐다. 교토의정서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구체적으로 정해짐에 따라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배출권거래제도(Emission Trading)와 공동이행제도(Joint Implementation)및 청정개발제도(Clean Development Mechanism)가 도입됐다.
이를 일부 선진국들부터 이행하기 시작했지만 한동안 지지부진하다 2013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19차 당사국 총회에서 모든 나라가 2020년 이후의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기여 방안’(INDC)을 자체적으로 결정해 2015년 파리에서 열린 COP21 개최 전에 UNFCCC 사무국에 제출하도록 합의했다.
배출권 거래제도는 어느 국가가 자국에 부여된 할당량 미만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그 여유분을 다른 국가에 팔 수 있고, 할당량을 초과해 배출하는 국가는 초과 배출한 부분에 대해 여유가 있는 다른 나라에서 사들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공동이행제도는 한 나라가 다른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해 얻은 온실가스 감축 부분을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부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청정개발제도는 선진국이 개발 도상국가 내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재정 또는 기술을 투자해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 부분을 자국의 감축목표 달성에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현황
현재 배출권 거래제를 전국 단위로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34개국이며, 자국 내에서 지역단위로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을 포함하여 4개국이 있다. 한국의 경우 교토의정서에서는 의무감축국으로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국제적인 추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2009년에 2020년 배출전망(BAU, Business As Usual)대비 30%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2015년에는 신기후체계 출범을 대비하고 경제규모에서 세계 10위권에 있는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을 고려해 온실가스 감축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2030년 BAU 대비 37% 감축(국제탄소 시장에서 통한 도입분 11.3% 포함)을 선언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배출권 거래제는 한국거래소가 담당하고 있으며, 기업들에 해당되는 배출권 거래제뿐만 아니라 공공부분도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 위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의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제의 추진경과를 살펴보면 환경부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및 기획재정부에서 기본 계획을 확정해 2014년 9월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 제1기(2015년~2017년) 할당은 5개 부문 23개 업종에 525곳 업체가 대상이며 제1기 계획기간 업체별 배출권 사전할당 총량은 15억9700만 톤에 시장안정화, 조기감축실적 및 기타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예비분 8800만 톤을 합쳐 총 16억8600만 톤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많은 기업체들은 아직도 제도에 대한 많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근본적으로는 일부 선진국에서도 시행하지 않고 있는 배출권 거래제를 너무 선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배출량 할당에 있어 기업의 경제 사정이나 감축활동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법적, 제도적으로 미비한 예비분 공급도 정책의 불신을 초래하는 요인의 하나다.
환경부 주도로 기업들 장기계획 세우도록 지원해야
당초 정부가 배출권 거래제를 처음 마련할 때 기본계획만 기획재정부가 맡고 할당계획 수립, 집행, 시장운영, 평가 배출권 제출 등 대부분 환경부에서 관장하는 것으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2016년 6월부터 기획재정부가 총 할당량 결정과 부문별 할당량 취합·조정뿐만 아니라 시장운영 평가 인정에서 인증위원회 운영까지 관장하는 것으로 변경됐고 집행에 있어서는 환경부, 산업통상부, 국토교통부, 농식품부로 관장기관별 책임제로 바뀌었다.
평가 및 인증에서 공정성 확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인증 시 환경부의 의견을 청취 및 협의하는 것으로 변경돼, 환경부의 의견을 수렴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권한이 여러 부처로 나뉘어져 있어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질 수 있는 소지도 있다. 배출권 거래제 추진체계의 다원화에 따른 관장부처별 인정 또는 생산되는 배출권의 형평성 및 등가성 확보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배출권 거래제는 당초 구상했던 환경부 주도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현재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배출권 거래제에 적극 동참한다기보다 그냥 버티면 정부가 해결해 준다는 의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기업들이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환경부에서는 기업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장기적인 정책 시그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도 기업들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 온실가스 감축사업 진출을 유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해외도입 분 (BAU 대비 37%중 11.3%)에 대해서도 해외 탄소 시장의 가격변동위험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해 3월23일 ‘세계기상의 날’을 맞이해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 기상청에서 관계자가 시민들에게 3차원 '지구·온(ON)'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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