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는 다가오는데…설 곳 잃어가는 ‘영어회화전문강사’
학교 사정 따라 고용 결정…입법 미비로 사각지대 방치
2017-02-26 16:46:39 2017-02-26 16:52:34
[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학교와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한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이 쓸쓸한 새 학기를 맞이하고 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는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인 지난 2008년, 초등학교 영어 수업시수 확대와 중등학교 수준별 수업 확대에 따라 늘어난 영어수업을 위해 도입됐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영어회화전문강사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지난 2011년으로 당시 약 6000명의 강사들이 일선 학교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점차 인원이 줄어 현재 전국에 배치된 영어회화전문강사는 3280여 명 정도다. 
 
52개에 달하는 교육공무직 직종 중 하나이기도 한 영어회화전문강사는 그나마 다른 교육공무직에 비해 보수가 높고 최대 4년까지 재계약이 가능해 고용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학교가 교육과정 운영계획에 따라 해당 사업을 종료하면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계약 연장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입법 미비로 제도적 보호 장치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매년 재계약을 앞둔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의 경우 올해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영어회화 전문 강사 20여 명이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전지부 역시 지난 1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의 A 고등학교에서 7년간 재직한 영어회화 전문강사 B씨가 둘째아이 출산휴가 중인 지난 12월말 학교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해당 강사의 재계약을 촉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계약연장을 하지 못했다고 정부나 교육부가 별도의 무언가를 해주긴 곤란하다”며 “영어회화전문강사 역시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고, 제도 자체가 학교 교육과정 운영상 필요하면 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개인적인 사정도 알지만 개별적인 어려움 때문에 법에 취지와 다르게 해석해서 운영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영어회화전문강사는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 3년간 근무한 C씨는 지난해 12월 교육청에 학교 측이 수준별 이동수업을 지침대로 운영하지 않는다며 감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감사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자 결국 올해부터 영어회화전문강사를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C씨에게 계약기간 만료일인 오는 28일자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해당학교 교장은 “교육과정상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3년 운영을 하고 종료한 것일 뿐이고, 당연히 (영어회화전문강사) 계약도 종료가 됐다”며 “운영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감사를 통해 지적을 받았고, 감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감사를 진행한 의정부교육지원청은 이와 관련해 현재 경기도교육청과 협의 중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기간제 계약직 비정규직의 가장 큰 허점은 부당한 처우를 당해서 합리적 요구를 하면 모든 불이익은 개인이 다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의지가 있다면 교육부와 교육청이 나서 전국의 영어회화전문강사를 전수조사하고, 반복갱신 업무라고 판단되면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이 필요한지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4일 오전 민주노총 제주본부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가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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