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 연루된 혐의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30일 구속기소했다. 블랙리스트 작성·개입 협의 등으로 관련 인물이 재판에 넘겨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 전 장관 등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인들 및 단체에게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강요죄가 적용됐다. 김 전 장관은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 등 문체부 공무원 3명을 부당하게 인사조치한 혐의와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도 받았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혐의 사실은 구속돼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을 기소할 때 밝힐 예정이라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이날 특검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소환 조사에 거듭 불응하고 있는 최순실씨에 대해 다음 주 중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특검은 30일 알선수재 혐의로 최씨를 조사하기 위해 소환했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뇌물수수 혐의와 별개의 사안”이라며 "최씨가 미얀마 공적개발 원조 과정에서 개인적 이익을 취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31일 유재경 주미얀마한국대사관 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을 밝혔다. 특검팀은 전날 최씨에게 30일 오전 11시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최씨는 “특검의 강압수사에 대한 발표가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최씨는 지난 25일에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특검으로부터 강제 소환됐다. 이에 앞서 최씨는 특검팀으로부터 7차례나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지난해 12월24일 단 한 차례만 나와 조사를 받았다.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 구금돼 있는 최씨 딸 정유라씨는 덴마크 시각으로 이날 구금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이 특검보는 “30일 연장 여부가 결정되면 보완할 사항이 도착할 것이고 그에 따라 심리가 진행되면 송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올보르 지법은 지난 2일 정 씨를 30일 오후 9시까지 4주간 구금하라고 결정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대 입시·학사비리와 관련해서는 이날 김 전 학장을 추가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 학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관리에서 특혜를 주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됐다. 김 전 학장과 공모한 혐의 등으로 앞서 구속된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은 전날 기소됐다. 김 전 학장과 남궁 전 처장은 공모해 면접 위원들에게 정유라를 뽑으라는 최경희 이대 총장의 지시를 전달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정유라를 합격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구속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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