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중소기업 절반이 설 자금 사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설을 앞두고 98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기업 48.5%가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는 매출감소가 66.4%로 가장 높았다. 이어 '판매대금 회수 지연'(35.7%), '원자재가격 상승'(24.7%), '납품단가 인하'(21.6%), '금융권 대출 곤란'(18.8%) 순이었다. 특히 '원자재가격 상승'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12.2%포인트가 늘어 대기업의 고통분담이 요구됐다.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도 여전히 어려웠다. 37.1%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원활'하다고 응답한 비중은 12%에 그쳤다. 인천에 위치한 플라스틱제조업체 A대표는 "은행권 대출시 1년에 한 번씩 연장에 들어가는데 올해 같이 전반적인 경기 악화로 매출이 부진하면 곧바로 상환 요청을 받는다"며 "또 대출시 담보나 보증서도 요구하고 있어 여전히 은행 문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거래시 애로사항에 대해선 '매출액 등 재무제표 위주 대출 관행'(38.4%)을 꼽은 비중이 가장 많았다. 이어 '부동산 담보 요구'(28.9%), '신규대출 기피'(28.4%), '고금리'(25.1%) 순으로 조사됐다. 대전에서 정수기제조업을 하는 B대표는 "담보나 보증서가 없으면 은행의 대출이 사실상 어렵고, 신용대출의 경우 금리가 너무 높다"며 "은행에서 외면 당하면 저축은행, 캐피탈을 찾아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금리가 2배, 3배로 커져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중기중앙회는 "최근 이러한 현상은 중소기업의 매출 및 담보물건의 가액 감소 등에 따라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회수, 금리인상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일부 장기보증이용 기업은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감축 대상기업으로 통보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이 설 명절에 필요한 금액은 평균 2억2300만원으로, 지난해(2억800만원)보다 1500만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중 부족한 금액은 7300만원이었다. 필요자금 대비 부족률은 32.7%로, 지난해(26.4%)보다 6.3%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어떤 방식으로 설 자금을 확보할 것이냐는 질문에 33%는 '결제 연기'를 꼽았다. 이어 '납품대금 조기회수'(25.2%), '금융기관 차입'(15.7%), '사채 조달'(7.3%) 순으로 집계됐다.
한편 설 상여금은 정률로 지급하는 경우 기본급의 58.1%, 정액으로 지급하는 경우에는 평균 72만8000원을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정률 지급은 4.6%포인트, 정액 지급은 7만6000원이 늘었다. 설 휴무 계획으로는 4일간 휴무가 70.4%로 가장 많았고, 5일간 휴뮤 13.2%, 3일간 휴뮤 9.4% 등으로 나타났다.
이원섭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보통 설 명절이 되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새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데, 올해는 설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기업들이 많다”며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첫 번째 맞는 설 명절이고, 조류독감 파동에 정치적인 상황까지 겹쳐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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