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이 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시무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위기는 기회다. 특히 경쟁사들이 현상유지를 목적으로 몸을 움츠릴 경우 한 번의 승부수로 시장구도를 재편할 수도 있다. 승부수는 인수합병(M&A)이다. SK, CJ, 현대산업개발 등은 새해 신년사를 통해 M&A 의지를 확고히 했다. 지속성장이라는 그룹 비전을 달성하고 신규 시장 선점의 기회를 잡기 위해 대내외 만연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투자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결의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딥체인지(Deep Change)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2017년 경영방침으로 정했고 SK이노베이션의 새 수장인 김준 총괄사장은 이를 위해 “M&A를 적시에 과단성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M&A 투자는 해외자원 개발에 집중된다. 그간 북미 셰일자산 저가 인수 기회를 지속적으로 타진해왔다. 기존에 투자한 북미 셰일광구는 저유가로 득을 못 봤지만 최근 유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자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셰일자원 개발 지원을 다짐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다. 국내에서도 민간의 해외자원 개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특별융자금 1000억원을 올해 예산에 편성했다.
신세기통신,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하면서 그룹내 M&A 전문가로 평가받는 박정호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SK텔레콤도 주목 대상이다. 지난해 CJ헬로비전 인수 실패 후 재기를 노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권 교체 시 케이블TV M&A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SK지주회사 신사업의 첨병인 SK머티리얼즈는 SK에어가스 인수, SK트리켐, SK쇼와덴코 설립 등 공격적인 투자에 이어 알짜 매물로 평가받는 대성산업가스 인수전에 참여 중이다. 이달 말 본입찰이 열린다.
CJ도 승부수를 던진다. 주력 사업 M&A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올해 핵심 전략 중 하나로 꼽았다. 손경식 회장은 “M&A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각 계열사의 주력 사업에 대한 성장 발판을 공고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J는 2020년 연매출 100조원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M&A를 통한 외형 성장이 필수적이다. 조만간 이재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경우 M&A 투자는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 몸집을 키우기 위해 해외기업 M&A를 살피는 중이다. CJ대한통운도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을 위한 M&A 성장 전략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CJ 고위 관계자는 “해외 물류 분야의 M&A를 적극 검토 중”이라며 “물류 사업은 기존 네트워크를 흡수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의 새해 구상에도 M&A가 담겼다. 김재식 사장은 “올해는 주택 공급과잉과 부동산 규제,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예상되지만 모두가 어려울 때가 오히려 우량사업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라며 “전략적 M&A도 활성화해 비건설 부문의 한 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현금흐름 개선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SOC(민간투자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 지분투자,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등의 분야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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