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신기술과 신시장을 향한
삼성전자(005930)의 식탐이 멈출 줄을 모른다. 9조원대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지 이틀 만에 또 하나의 거래를 이뤘다. 올해에만 8번째 M&A다.
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차세대 문자메시지로 주목받는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 기술 기업인 '뉴넷캐나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RCS 사업에 진출, 관련 서비스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RCS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만든 통합 메신저 규격이다.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기존 단순 메시지(SMS) 전송 뿐 아니라 멀티미디어, 고해상도 사진 전송, 그룹 채팅 등이 가능하다. 카카오톡, 라인, 위챗, 왓츠앱 등 모바일 메신저 앱에 밀려 사용성이 크게 떨어진 휴대폰 문자메시지의 역할을 다시 키울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받는 기술이다. 지역별로 사용자 분화가 큰 모바일 메신저와 달리 통합된 플랫폼으로 사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뉴넷캐나다는 이러한 RCS 영역에서 최고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지난 2009년 캐나다 노바스코샤 핼리팩스에 '뉴페이스 테크놀로지'란 이름으로 설립된 뉴넷캐나다는 2014년 미국 뉴넷테크놀로지에 인수됐다. 현재 다수의 글로벌 이동통신 사업자 및 제조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향후 뉴넷캐나다는 삼성전자 캐나다법인의 자회사로, 현 경영진이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삼성전자는 뉴넷캐나다의 RCS 기술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RCS 인프라가 없는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RCS 서버 솔루션을 제공하고, RCS 기술이 탑재된 디바이스 보급을 확대해 RCS 생태계 조기 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뉴넷캐나다 인수로 삼성전자는 올 들어 8번째 M&A를 완수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에 대한 지분 투자까지 포함한 수치다. 최근 10년간 진행된 30여건의 M&A 중 3분의1 가량이 올해에 집중된 것. 적게는 수 백억원대에서 많게는 9조원대까지 필요한 기술이라 판단되면 품 안에 들이는 왕성한 식욕을 보여주고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클라우드 업체 '조이언트', 광고관련 소프트웨어 업체 '애드기어', 인공지능(AI) 플랫폼 업체 '비브랩스', 기업보안 솔루션 업체 '타키온' 등 신기술 영역의 스타트업은 물론, 미국 럭셔리 가전 업체 '데이코', 자동차 전장 및 오디오 전문 업체 '하만' 등 진입이 어려웠던 기존 시장에 직행할 수 있는 기업들도 타깃이 됐다.
삼성전자는 인수 기업들의 역량을 자사의 사업에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가 대표적이다. 삼성페이는 지난해 2월 인수한 미국의 스타트업 '루프페이'의 마그네틱보안전송기술(MTS)을 근간으로 한다. 높은 사용 편의성과 범용성, 보안성 등으로 갤럭시 시리즈 판매에도 일조했다. 삼성페이는 지금까지 국내를 비롯 미국, 중국, 스페인, 호주 등 전세계 7개국에서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통합 1억건의 거래를 달성했으며, 국내에서만 누적 결제 금액 2조원을 돌파했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여름 인수한 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의 상용화에도 힘을 쏟고 있으며, 비브랩스의 개방형 AI 플랫폼은 내년 상반기 출시되는 갤럭시S8에 첫 탑재할 예정이다. 가장 최근 인수한 하만을 통해서는 신성장 동력인 전장 사업을 강화한다. 하만의 노하우와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에 삼성의 IT·모바일 기술, 부품사업 역량을 결합해 커넥티드카 분야의 새로운 플랫폼을 주도해가겠단 구상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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