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누적 외국인 투자는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 도착 기준 투자액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실제 투자로의 연결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3일 발표한 '2016년 FDI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국내투자 신고 기준 금액은 213억달러로 지난해 209억1000만달러보다 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착 기준은 지난해보다 40.9% 감소한 97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2년 연속 200억달러를 넘어서며 최대 실적을 올린 데에는 유럽연합(EU)과 중국에서의 투자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
신고 기준 EU의 투자액은 74억달러로 전년의 24억9000만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도 2015년의 19억8000만달러보다 3.6% 증가한 20억5000만달러로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EU의 투자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영향에도 불구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고, 중국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년을 비롯해 부동산과 금융에 치우쳤던 투자 분야가 문화콘텐츠, 전기차, 로봇, 관광, 식품, 고급소비재 등으로 다양화하면서 투자가 늘었다.
반면 미국의 투자액은 38억8000만달러로 전년의 54억8000달러보다 감소했고, 일본도 2015년보다 25.2% 줄어든 12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일본의 경우 4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채희봉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미국의 경우 지난해 큰 증가를 보인 기저효과에 따라 감소했고, 최근 5년 동안 실적과 비교하면 큰 변화는 없다"며 "일본의 투자가 부진한 것은 한국에 대한 소재·부품 자립도가 높아진 것으로 이는 한국 기업들의 관련 경쟁력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올해 양국 산업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양국의 협력을 본격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2015년보다 12.4% 증가한 51억3000만달러, 서비스업도 5.3% 늘어난 155억1000만달러로 나타났다.
투자유형별로는 직접 공장을 설립해 투자하는 그린필드형이 150억200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6.5% 늘었고, 인수·합병(M&A)형은 62억7000만달러로 7.8% 감소했다. M&A형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의 대선,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에 따른 세계적인 투자 위축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FDI가 2년 연속 200억달러를 넘어서며 본격적인 외국인 투자 시대를 연 것은 분명하지만 신고 금액과 도착 금액의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져 실제 투자로 연결시키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채 실장은 "한국은 국내 시장에 대한 접근과 해외 진출, 인력 활용 면을 비롯해 바이오 등 신산업에 있어서도 유망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신고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유관기관들과 1대 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애로사항을 해결해 투자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신고와 동시에 투자가 곧바로 이뤄지는 M&A형 투자가 줄어들고 신고와 도착 사이 시간 간격이 있는 그린필드형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올해에는 미국의 대선 결과와 함께 금리 인상, 보호무역주의 확산, 브렉시트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높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액도 2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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