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건자재 업계는 갖은 악재에도 한 해를 선방했다. 현대차 노조 파업과 조선사들의 구조조정 등 전방산업이 휘청거렸지만 성장세를 멈추지 않았다.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직격탄을 피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결과다. 인테리어 시장이 건자재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한 해이기도 했다. 기존 B2B(기업간 거래)에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로의 변화도 숨가빴다.
올해는 본업 '건자재'가 효자
업계 양대산맥인 KCC와 LG하우시스가 국내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7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C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55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LG하우시스의 매출액도 2조1257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5.3%) 늘었다.
자동차업계의 파업,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환율상승 등 대내외 악재에도 실적 성장을 이끈 데는 본업인 건자재 부문의 역할이 컸다. 그간 건자재업계는 전방산업인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군을 넓혀왔다. 기존 사업과 연관 있는 부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택했다. KCC는 자동차용 도료와 유리에, LG하우시스는 자동차 소재 부문에 주력했다.
올해에는 양사 모두 건자재 부문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KCC의 경우 한때 도료 부문이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주연 역할을 해왔지만, 올 3분기(누적) 영업이익 기준 48.9%에 그치며 다소 힘이 빠졌다. 반면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건자재 부문의 비중은 지난 2014년 45.2%에서 올 3분기(누적) 50.9%로 도료 부문을 역전했다. LG하우시스도 올 3분기 소재부품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대에 머물렀지만 건자재 부문은 7%대로 선방했다.
리모델링 시장, '격전지'로 부상
인테리어 열풍은 건자재 시장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리모델링의 주체가 일반 소비자들로 확산되면서 B2B에만 의존해왔던 건자재 시장이 B2C로 빠르게 변화한 한 해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9조원 규모였던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은 2010년 19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28조원까지 성장했다. 오는 2020년에는 41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KCC, LG하우시스 등 건자재 업체들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홈쇼핑 진출, 온라인 쇼핑몰 구축, 매장 확장 등 판매채널 다각화에 적극 나섰다. 경쟁사도 늘었다. 리모델링 시장이 업계의 노른자로 부상하면서 한샘도 출사표를 던졌다. 한샘은 부엌가구, 인테리어, 건설사 특판 등 기존 주요 사업영역에 욕실, 마루, 조명, 창호 등 건자재 분야를 신사업으로 추가해 진행 중이다. 올 1월 건자재 분야의 시공을 담당하는 계열사 '한샘서비스투'도 설립했다. 인테리어 전문매장인 '리하우스'도 빠르게 확대했다.
건자재 업체들은 내년에도 B2C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호황이 2~3년 안에 꺾일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건자재 업체들의 이 같은 행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KCC는 전국 주요 지역으로 홈씨씨인테리어 전시판매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LG하우시스도 홈쇼핑을 통해 창호와 바닥재 제품 판매를 이어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에 건자재를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향후에는 노후 주택에 대한 리모델링 수요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계 내에서는 인테리어 사업을 강화해 관련 수요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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