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선고유예 확정…교육감직 유지
대법 "고승덕 미국 영주권 보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 있어"
2016-12-27 14:44:38 2016-12-27 14:44:38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2014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교육감에게 선고유예형이 확정됐다. 이로써 조 교육감은 2년여만의 법정분쟁을 끝내고 임기를 끝낼 수 있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7일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5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소문 기타 다른 사람의 말을 전달하는 형식이나 의혹을 제기하는 형식을 빌려서 ‘어떤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는 그 소문이나 의혹 등이 있었다는 것이 허위인지 여부가 아니라 그 소문이나 의혹 등의 내용인 ‘어떤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며 “이 사건도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이 있다’는 공표가 있는 경우 그 허위 여부는 의혹 내용인 ‘고승덕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민주주의 정치제도 하에서 표현의 자유는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으로서 선거과정에서도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고, 공직선거에서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므로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을 의심하게 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 문제 제기가 쉽게 봉쇄돼서는 안 된다”며 “후보자에 관한 의혹 제기가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근거에 기초해 이뤄졌다면 비록 사후에 그 의혹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처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공표의 경위 및 공표사실 내용과 출처, 피고인의 인지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고승덕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조 교육감은 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2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 후보가 두 자녀를 미국에서 교육시켜 미국 영주권이 있고 고 후보 또한 미국에서 근무할 때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제보가 있는데 해명하라"고 말했고, 라디오 방송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이후 고 후보의 두 자녀는 미국 시민권이 있지만 고 후보는 미국 영주권이 없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경찰은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조 교육감을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유죄 평결을 고려해 "사전선거일을 5일 앞둔 시점에 조 교육감이 한 발언은 의견표명이 아닌 사실공표에 해당하고 미필적으로나마 허위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미국 영주권이 있다'와 '미국 영주권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 또는 '제3자가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은 의미와 영향이 각각 다르다”며 조 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1차 의혹제기와 편지글은 원심과 달리 공직선거법상 낙선 목적의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고 후보가 자신의 영주권 의혹을 해명한 이후에도 라디오방송에서 말한 것은 '고 후보가 주변사람들에게 영주권이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보다 구체적이고 단정적인 내용으로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선거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양측에게 모두 경고 처분을 했을 뿐 수사의뢰나 고발을 하지 않았으며, 피고인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동일한 범죄를 반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벌금 250만원의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뒤 꽃다발을 들고 관계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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