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지난 3분기 환율 하락의 부정적 영향을 받았던 정유업계가 4분기에는 가파른 환율 상승세에 미소짓고 있다. 여기에 견조한 정제마진과 국제유가 상승까지 '3박자'가 맞춰지며 정유사들은 올 4분기 나란히 호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26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9월 평균 1107.49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10월 들어 1125.28원, 11월 1161.64원으로 오른 뒤, 이번달에 1205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환율이 오를 경우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유 수입에서 발생하는 환차손과 석유제품 수출에서 발생하는 환차익이 상쇄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그 변동 폭에 따라서는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해 3분기 원-달러 환율이 약 70원 오르자 정유 사업에서만 800억원, 전사적으로 1000억원 가량의 이익을 낸 바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환율이 상승하면 원유 구매 비중이 커져서 오히려 손해일 때도 있었지만, 현재 기준에서는 수출이 70% 이상으로 워낙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결과적으로는 환율이 오르는 게 정유사에게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특성상 달러 기반의 결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출 경쟁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와 함께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등 정유사 실적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들도 긍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로 국제유가는 지난달 말 배럴당 43~44달러 수준에서 51~52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정유사들은 저렴할 때 사놓은 원유를 가공해 비싸게 팔 수 있게 되면서 4분기 재고평가에서 이익이 발생했다. 정유사 수익지표 중 하나인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유통 가격을 뺀 것·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기준)도 3분기 평균 5.1달러에서 이번달 6달러대로 상승했다.
에쓰오일(
S-Oil(010950)의 경우 지난 3분기 정유부문에서 1234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4분기에는 2600억원대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 원유가격도 43달러 수준에서 4분기 47달러로 높아지면서 에쓰오일은 재고관련 평가이익이 850억원 정도 발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올 4분기에 합계 2조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연간으로 7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3분기 평균 5.1달러에서 이번달 6달러대로 상승했다.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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