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일단 입찰제안서를 내긴 했는데, 특허권을 따내도 걱정이다."
서울에 1장의 티켓이 주어진 중소·중견기업 시내면세점 입찰에 도전장을 내민 5개 기업들이 한숨만 내쉬고 있다. 낙찰되더라도 오픈 후 대기업과의 경쟁에 나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면세점 중소·중견기업 제한경쟁 입찰의 프레젠테이션(PT) 심사가 16일 오후 1시10분부터 충남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진행된다. PT를 앞둔 중소·중견기업들은 대기업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매일같이 거액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대기업과 비교하면 다소 초라할 정도로 면세점 유치전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번 입찰전을 통해 서울에 4곳의 면세점이 추가 특허를 획득하게 되면 서울에만 무려 13곳의 면세점이 문을 열게 되는데, 이 중 무려 10곳이 대기업 면세점인 시장 상황에서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특허를 따낸
하나투어(039130)의 SM면세점도 연일 적자를 기록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M면세점 인천공항점과 서울 시내점의 올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액은 142억원에 달했다. 인천공항점이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 시내점의 적자는 이보다 더 큰 셈이다.
중소·중견기업 면세점들은 MD 구성에서도 대기업에 밀려 해외 명품브랜드는 커녕 주요 국산 인기 브랜드 유치도 쉽지 않다.
실제 루이비통은 25년간 운영했던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인 동화면세점 매장을 이달 중 철수할 예정이다. 업계는 루이비통 매장이 올해 오픈한 대기업 신규면세점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대기업
두산(000150)이 운영하는 두타면세점도 오픈 초기
아모레퍼시픽(090430)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번 입찰전에 참여하는 중소·중견기업은 신홍선건설, 하이브랜드, 엔타스듀티프리, 탑시티, 정남쇼핑 등 5개 기업이다. 이들 중 현재 면세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엔타스듀티프리와 탑시티 등 2곳 뿐이며, 나머지 3개 기업은 면세점 유치를 통해 자사 쇼핑몰과 인근상권으로의 집객효과를 노리고 이번 입찰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소·중견면세점 입찰에 나선 한 기업 관계자는 "등 떠밀리듯 입찰에 나서긴 했지만 특허권을 따내도 걱정, 놓쳐도 걱정"이라며 "대기업과 동등한 위치에서는 정상적인 경쟁이 불가능한데, 정부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관세청은 오는 17일 저녁에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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