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석유화학협회가 내년 2월 허수영 회장(
롯데케미칼(011170)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19대 협회장 인선에 대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2년 동안 협회를 이끌 회장을 회원사인 석유화학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추대해 선임하고 있는데, CEO들이 경영활동 전념을 이유로 협회장직 수락 제의를 고사하면서 2년 전 처럼 '수장 공백상태'가 발생할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경련 사태처럼 협회가 본질을 벗어나는 행위 등으로 정부의 비자금 로비창구로 전락하면서 협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협회장 거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허수영 회장은 최근 협회장직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협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롯데그룹 비리 수사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 매달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본인의 사정과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이같은 뜻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급락으로 경영상황이 전반적으로 어려웠던 2년 전과 달리, 현재 석화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 구조조정, 화학물질의등록및평가등에관한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 등 여러 현안과 관련해 총대를 메고 정부에 목소리를 내야하는 협회장은 CEO 입장에선 실속은 없고 부담은 큰 자리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한국석유화학협회는 LG, SK, 한화, 롯데, 대림 등 5개 그룹 회원사의 CEO들이 순번을 정해 번갈아가면서 협회장을 맡은 방식으로 협회장 선임 규정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직전 협회장 인선에서는 CEO들이 서로 자리를 고사하면서 국제행사를 수장없이 진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5월이 되서야 허 사장이 어렵게 협회장 자리를 수락한 바 있다.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CEO 가운데 박진수
LG화학(051910) 부회장은 최근
LG생명과학(068870)과의 합병 이슈로,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은 주로 중국에서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로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범
한화케미칼(009830) 사장이나 김희철 한화토탈 사장의 경우 그동안 한화의 화학사에서 수 차례 협회장을 맡은 바 있어 고민 중이다. 각 기업의 CEO 인사도 변수다. 회장 선임은 통상 회장단이 전년도 12월에 후보자를 논의해 1월에 회장을 선출하고, 2월 총회를 통해 확정한다.
(왼쪽부터)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석유화학협회 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사진/각 회사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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