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황창규
KT(030200) 회장의 연임 여부가 안갯속에 빠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부 입김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한계가 드러나면서 근원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도 커졌다.
황 회장은 지난 2014년 1월 KT 수장에 오르면서 방대한 조직 축소에 나섰다. 상무 이상의 임원을 30% 줄였으며, 같은 해 4월에는 8000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3만2000명이던 KT 직원은 2만4000명까지 줄었다. 명예퇴직 비용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2014년 연간 2918억원의 영업손실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조직 전열을 재정비한 황 회장은 통신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했다. 비통신 분야인 KT렌탈과 KT캐피탈을 매각했다. 대신 5세대(5G) 통신 분야 선점에 뛰어들었다. ‘탈통신’을 외치며 통신 외의 여러 사업에 손을 댔던 이석채 전 회장과는 대조되는 행보였다. 이듬해인 2015년 KT는 매출 16조9424억원, 영업이익 863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실적행진은 올해도 이어졌다. 무선에서의 꾸준한 실적과 함께 ‘기가 인터넷’을 내세운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성장하며 3분기 만에 누적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9월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에서 '지능형 네트워크'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KT
KT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안팎에서는 황 회장의 연임을 자신하는 기류가 흘렀다. 황 회장은 내년 3월 3년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KT가 연루되면서 황 회장의 연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에 따르면, 황 회장은 최씨와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지인을 KT의 광고 담당자로 채용해달라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이모 전 KT 전무와 신모 전 KT 상무가 광고 담당자로 근무하며, 최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상당의 광고 물량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이 전 전무와 신 전 상무는 KT를 떠났지만 KT의 상처는 깊었다. 여전히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 KT 새노조 관계자는 "황 회장은 (실적 측면에서도) 인건비 절감에 의존해 당기순이익을 회복하는데 그쳤다"며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윤리경영을 정면으로 위배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됐으며, 전신은 한국통신이다. 현재 10.47%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주인 없는 기업으로 낙인이 찍히면서 정권에 따라 크고 작은 부침을 겪어야 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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