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우리나라 중산층 중 10명 중 6명은 자신을 빈곤층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NH투자증권(005940) 100세시대연구소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분석한 ‘2017 대한민국 중산층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설문결과에 따르면 중산층 중 자신이 실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43.3%에 그쳤고, 56.5%는 자신이 빈곤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중산층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이상적인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중산층의 이상적인 소득을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 중산층은 월평균 511만원이라 응답했지만 이들의 실제 월평균 소득은 366만원에 불과했다. 자산도 양상이 비슷했다. 중산층이라면 6억4000만원(순자산 기준)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보유한 자산은 1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소득은 이상적인 기준의 72%, 자산은 심지어 28%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큰 만큼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여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예상 월 소득을 묻는 질문에 중산층의 37.5%가 100만원이 안 될 것으로 응답했다. 현재 부부기준 2인가구의 빈곤층 기준이 137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10명 중 4명 정도의 중산층이 노후에는 빈곤층이 된다는 얘기다. 노후 예상 월 소득을 빈곤층과 중산층의 경계에 해당하는 100만~150만원 사이가 될 것으로 응답한 사람도 21.4%가 돼 이들까지 합치면 10명 중 최대 6명 가량의 중산층이 노후에는 빈곤층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중산층의 노후준비 수준을 고려하면 이 같은 수치는 실제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후준비의 척도라 할 수 있는 3층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이 46.5%에 불과해 절반 이상의 중산층이 제대로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이 희망하는 노후 월 생활비 234만원과 희망수명 82.2세를 고려할 경우 중산층이 실제 준비하고 있는 노후자금은 필요한 노후 생활비의 62%에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많은 중산층이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많은 중산층이 은퇴 후 빈곤층이 되리란 예상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산층의 일상생활과 관련한 설문에서는 학력과 소득에 따른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학력의 차이가 소득의 차이로 이어지고 이 차이가 계속해서 자산, 소비 등으로 이어지면서 생활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소위 ‘부의 순환고리’가 확인된 셈이다.
중산층의 평균 수면시간은 6.4시간이었지만 빈곤층은 6.2시간으로 이들보다 적었고, 고소득층은 6.5시간으로 이들보다 많았다. 점심식사 비용(빈곤층 5700원, 중산층 6200원, 고소득층 6500원)과 평균 저녁시간(빈곤층 1.7시간, 중산층 1.9시간, 고소득층 2.3시간), 문화생활 안함(빈곤층 42.7%, 중산층 20.5%, 고소득층 10.7%), 최근 1년간 여행 못 감(빈곤층 56.5%, 중산층 18.0%, 고소득층 8.0%) 등 거의 모든 일상 영역에서 소득에 따른 차이가 명확하게 확인됐다.
이 소득의 차이는 상당부분 학력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빈곤층의 경우 33.6%에 불과한 4년제 이상 대졸자의 비율이 중산층에서는 61.5%, 고소득층에서는 77.2%까지 상승해 학력에 따라 소득이 차별화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한편, 중산층의 인식과 관련한 영역에서는 빠르게 급변하는 사회상이 반영됐다. 중산층의 26.5%만이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으로 본 반면, 55.5%는 선택사항이라고 봤다. 심지어 18%는 할 필요 없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외국인과의 결혼에 대해서도 58.3%가 자녀가 좋다면 찬성한다고 했고, 결혼관계를 유지한 채 따로 살면서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는 ‘졸혼’에 대해서도 49%의 중산층이 찬성의견을 냈다.
이윤학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은 “현실과 이상의 벽 앞에서 많은 중산층이 스스로의 가치와 처지를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그들은 분명히 중산층”이라며 “은퇴 후에도 중산층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연령과 소득수준에 맞는 맞춤형 노후준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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