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한미약품(128940) 늑장 공시 사태 이후로 제약사들이 과거에는 숨기기 급급했던 악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단기적으론 회사에 주가 등에 타격을 받지만 장기적으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신뢰감을 높이는 데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170900)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2010년 체결했던 GSK의 5개 전문의약품 국내 공동판매 제휴를 오는 30일부로 종료한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동아에스티는 탈모치료제 '아보다트' 등 5개 제품을 팔아 2016년 1~9월 158억원을 매출로 인식했다. GSK와의 전략적 제휴 종료로 동아에스티의 전문의약품 매출이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유나이티드제약(033270)은 중국 장시지민커씬 집단유한공사가 개량신약 2개 제품 공급계약을 해지했다고 지난달 공시했다. 해지 금액은 384억원 규모에 달한다.
제약사들은 이례적으로 신약개발 중단까지도 연이어 자진신고했다.
유한양행(000100)은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퇴행성디스크치료제(YH14618)의 임상 2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개발을 중단했다고 지난달 공시했다. 권리 반환, 기술 활용 등 관련 사항에 대해서 엔솔바이오사이언스와 논의할 예정이다.
녹십자(006280)는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을 중단했다고 최근 밝혔다. 임상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린진에프로 중국 시장 진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제약업계 연이은 악재 자진신고는 한미약품 늑장 공시 사태 이후 일어난 변화라는 중론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29일 장마감 후 제넨텍과 1조원 기술수출 계약을 공시한 뒤 다음날 오전 9시29분 베링거인겔하임과 폐암신약 라이선스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계약 해지 공시가 지연된 경위에 대해 검찰 등 당국이 조사에 착수하는 등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됐다.
예전에는 신약 판매 제휴나 해외진출 등의 호재로 주가 부양의 실익을 얻었지만 정작 해당 파트너십 파기 등의 악재는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전언이다. 의무 공시가 아닌 이상 괜히 스스로 논란거리를 만들어 득 될 게 없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약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불필요하게 생기는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식으로 변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사건 이후에 제약사들이 내부 악재를 숨기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알리는 상황"이라며 "특히 국내 제약업계에 터부시되는 신약개발 실패를 공표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회사 경영에 중대한 변경을 초래하는 사항을 투명하게 알린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제약업계 발전에 긍정적"이라며 "제약 업종 거품론을 걷어내고 기업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