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정부가 투기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청약시장 중심의 규제에 나서면서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매매시장 움직임이 둔화되고 있다. 대구 등 이미 약세로 돌아선 일부 지역을 제외한 국지적 맞춤형 처방에 나서면서 우려됐던 풍선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 대선과 입주물량 증가 등 커지는 불확실성에 전세시장에 머무르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9%로 전달(0.10%)보다 상승폭이 0.01%p 축소됐다. 지난 10월 셋째주(0.28%)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폭이 줄었다. 특히 재건축 단지는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첫주(-0.12%)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동안 매매가격 상승세를 주도하던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과천, 성남, 남양주, 하남 등) 지역들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뚜렷한 상승세 주도 지역이 사라진 모습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부동산 대책이) 신규아파트 청약시장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재건축 수요자들이 일제히 지켜보자며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넘어 실수요도 관망세 전환…"집값 하락 불안 때문"
투자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가격 상승여력이 적다고 판단한 실수요자 역시 매수 시기를 잠시 미룬 모습이다.
강서구 가양동 김인경 행복공인 대표는 "실거주 목적의 매도 예정자도 계약을 미루고 있다"며 "당장 내년부터 집값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누가 선뜻 집을 사겠다고 나서겠냐"고 말했다.
수도권 신도시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11.3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들 가운데 국지적 호재가 있는 지역들에서 매수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잠잠한 모습이다.
금천구 독산동 H공인 관계자는 "테크노벨리나 신안산선 등 개발호재가 있어 그쪽(광명, 시흥)에 청약을 넣기는 하지만 활발하던 분양권 거래도 주춤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103.2에 달했던 수도권 매수우위지수는 76.5를 기록하며 전주(83.7)보다 7.2p나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이내이며,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우위' 비중이 높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청약시장 규제와 미국 대선에 따른 국내 경기 불확실성, 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약화되면서 전세시장에 머무는 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경기 불확실성에 입주물량 부담"…매매전환 꺼리는 실수요자
주택가격 상승 여력이 크게 줄면서 임차시장에 머무르려는 수요자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미국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허명 부천대학교 교수는 "소득 증대없이 장기간 주택시장의 지속적인 매수세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그동안 청약시장 중심으로 온기를 이어온 만큼 정부의 직접 규제 여파로 전반적인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 미국 대선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도 높아져 불안 요소가 더욱 늘어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은 임대료 상승 부담보다 주택구입 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클 때 활발하게 나타난다"며 "최근 시장 상황이 이와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어 임차시장에 머무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수년 간 이어진 대규모 분양에 따른 입주물량 증가 우려도 실수요자들의 매매전환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활발한 분양권 거래로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되면서 공급 증가 우려에도 매매전환 수요가 넘쳤지만 향후 시장은 이같은 흐름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한문도 한국부동산학박사회 회장은 "하남이나 위례 등 수도권 입주물량 증가 지역에서는 추가 분양물량에 대한 가수요가 뒷받침 되면서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물량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가격 상승 기대가 낮아지면서 입주물량이 기존 재고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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