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압축쓰레기통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사회적기업가를 말한다)권순범 이큐브랩 대표
2016-11-11 08:00:00 2016-11-11 08:00:00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신촌, 홍대입구, 명동 등 서울시내 번화가에는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들로 금세 지저분해지기 일쑤다. 소위 '불금'이라고 불리는 금요일 밤이나 주말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쓰레기통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워낙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쓰레기통이 넘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한 대학생은 가로변에 쓰레기가 넘쳐나는 모습을 보고 생각한다. '시민의식의 문제인가 혹은 환경미화원의 근무태도가 문제인가'. 시민들은 가득찬 쓰레기통에 더이상 쓰레기를 버릴 수 없게된다. 그나마 쓰레기통 주변에라도 버리는 게 최선일지 모른다. 환경미화원은 번화가라고 해서 그 자리에 대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대학생은 이 문제가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시스템적으로 접근한다.
 
'압축'에서 해법을 찾았다. 어느정도 쓰레기가 채워지면 압축되는 방식이다. 압축은 낮동안 태양광으로 충전된 배터리로 이뤄진다. 이렇게 태양광압축쓰레기통이 등장했다 이를 개발한 대학생은 바로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다. 그를 만나 개발 배경과 목표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지난 8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이큐브랩 사무실. 편한복장의 청년들이 사무실 이곳저곳에서 바쁘게 움직인다. 회사라기 보다는 대학 동아리 모임 같은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만난 권순범 대표 역시 20대후반의 청년CEO였다.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 사진/이큐브랩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큐브랩은 쓰레기 산업의 효율화를 위해 기술을 적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태양광압축쓰레기통과 모니터링 가능한 솔루션, 그리고 기존 쓰레기통에 부착이 가능한 IoT센서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이큐브랩은 2011년 법인을 설립한 이후 이듬해 태양광압축쓰레기통을 시장에 내놨고, 2014년 모니터링 솔루션을, 올해 초 IoT센서를 개발해 제품을 론칭했다. 태양광압축쓰레기통의 경우 일반 쓰레기통과 비교해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8배까지 압축이 가능하다. 압축은 쓰레기통 내 설치된 배터리로 이뤄지는데, 배터리는 태양광으로 하루 이틀이면 완충이 된다. 완충된 배터리는 빛 없이도 3주간 사용이 가능하다.
 
이큐브랩은 태양광압축쓰레기통에 그치지 않았다. 쓰레기통이 얼마나 채워졌는지 알 수 있는 모니터 시스템을 이어 개발했다. "처음에는 압축쓰레기통만 개발했는데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일이 쓰레기통을 찾아 수거하지 않아도 되니까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모니터링 솔루션은 쓰레기통이 설치된 지역과 함께 해당 쓰레기통이 얼마나 채워져 있는지를 표시해준다. 꽉 채워진 쓰레기통만 찾아 수거할 수 있어 편리하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체 쓰레기통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압축쓰레기통 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졌죠. 그래서 기존 쓰레기통에 부착해 쓰레기통 내 정보를 알 수 있는 센서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올해 초 IoT센서가 탄생했다. 기존 쓰레기통에 센서를 부착하면 쓰레기양의 상태를 알 수 있다. 다만 압축쓰레기통이 아니기 때문에 압축은 불가능하다.
 
한 대학내 이큐브랩의 태양광압축쓰레기통이 설치되어있다. 사진/이큐브랩
 
이큐브랩의 주무대는 '글로벌시장'
 
이큐브랩을 처음 시장에 내놨을때 국내 관계자들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이렇게 할 필요까지 있나'라는 반응이었다. 압축쓰레기통의 경우 한개당 가격은 200만원 후반대로 기존 쓰레기통 가격보다 5~6배가 비쌌기 때문이다.
 
이큐브랩은 해외에서 판로를 찾았다. 프랑스에서 진행된 환경전시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 시발점이다. 해외시장의 니즈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권 대표는 "땅이 넓고 인건비가 높은 나라에서 우리의 기술을 필요로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에서 상품 가치를 더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전시회에서의 반응에 자신감을 얻은 권 대표는 각국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 참여하며 발을 넓혀갔다. 1년에 참여한 전시회만 15~20곳이다.
 
권 대표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현재 1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매출비중은 글로벌 시장이 9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현재 해외에 설치된 쓰레기통은 1000여개다. 올해 초 미국에 법인도 세웠다.
 
국내에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서울에 이어 제주와 부산에도 쓰레기통이 설치될 예정이다. "국내에도 점차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어요. 국내 마케팅도 본격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현재 홍대 등 번화가에 300여개의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2명이 시작해 35명으로
 
이큐브랩은 6년차 소셜벤처다. 시작 당시 권 대표를 포함해 2~3명이 함께 했다. 인원은 점차 늘었다. 현재는 35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평균 연령도 30세 가량으로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회사다.
 
어려움도 많았다. 권 대표는 올해 대학을 졸업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길 원하는 부모님과의 대립도 있었다. 제조부터 개발, 마케팅까지 모두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쓰레기 산업에 관심이 더 많아졌다. 애정도 깊다. 많은 어려움에도 이 사업을 계속 하는 이유다. "환경미화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산업환경이 정말 열악하고, 개선할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쓰레기 산업이 기술적으로도 소외되어 있었죠. 기술의 발달에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더 도움이 되고 싶고 환경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 커졌습니다."
 
해외에는 사설업체들이 쓰레기 수거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 업체들 가운데는 매출액 30조원 내외의 글로벌 기업도 많다. 반면 국내는 지자체 주도로 쓰레기 수거 사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나마 있는 사설업체도 영세하다. 관련 산업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태양광압축쓰레기통에서 모니터 솔루션, 그리고 IoT센서까지 개발해온 권 대표이지만 앞으로도 할 일이 많았다. 일반쓰레기를 넘어 산업폐기물, 산업시설 수거 등 쓰레기 수거 솔루션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게 권 대표의 의지다. 권 대표는 "일반 쓰레기보다 산업폐기물 등이 더 많다"며 "비용도 많이 들고 높은 수준으로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의 솔루션 개발을 통해 편리하고 효율적인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CEO의 눈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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