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대웅제약(069620)이
메디톡스(086900)보다 한발 앞서 1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 보톡스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2018년 현지 판매가 목표다. 메디톡스는 임상이 지연돼 판매까지 2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자체개발 보톡스 '나보타'의 미국 임상 3상을 올해 초 마무리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장실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FDA는 나보타 제조 설비와 임상시험 장소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대웅제약은 FDA 실사를 마치고 내년 초 시판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최종 허가가 나기까지 8개월에서 1년 정도가 소요된다. 2018년 초에 미국 현지 판매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메디톡스는 미국 보톡스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는 엘러간과 '이노톡스' 판권 계약을 2013년 체결했지만 미국에서 임상 시험이 지연되고 있다. FDA에 기준에 맞는 공장 설비를 갖추느라 임상 시험이 지연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 엘러간과 공동으로 미국 임상 3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임상과 허가 기간을 감안하면 최소 2019년 정도가 돼야 미국에서 제품 발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이 미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격 경쟁력도 대웅제약이 우세하다는 평가다. 엘러간 보톡스는 미국에서 한병당 200달러(약 23만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웅제약 나보타는 한병당 50달러(약 6만원) 정도 가격에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노톡스는 기존 보톡스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이노톡스는 세계 최초 액상형 보톡스다. 분말형 제품을 희석해서 사용하는 기존 제품과 달리 액상형 완제품이어서 희석 과정이 필요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비슷한 시기에 미국 진출을 시도했으나 대웅제약이 상용화에 앞서 가면서 메디톡스는 속이 타게 됐다"며 "보톡스는 엘러간의 매출의 20%, 영업이익의 45%에 육박하는 단일 수입원이다. 자사 제품의 점유율이 낮아지는 것에도 불구하고 메디톡스의 이노톡스를 공격적으로 판매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메디톡스가 경쟁사의 미국 진입을 지연시키기 위해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을 촉발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를 훔쳐온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대웅제약 나보타가 자사 제품과 염기서열(DNA 기본단위)이 일치한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균주 논란으로 만일 보건당국이 보톡스 수출 전면 재검토에 나서면 해외진출이 지연되게 된다"며 "균주 출처 논란을 제기한 것은 경쟁사의 미국 시장 선점을 지연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FDA 심사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시판을 허가하지 않는다"며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가 자사 균주와 100% 일치하는 데다가 균주 발견자가 누구인지조차 공개한 적이 없어 강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각사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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