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고 백남기(69) 농민의 발인식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5일 오전 8시부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대회 때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358일, 사망한 지 41일 만이다.
15분 정도 진행된 백남기 농민 발인식에는 장녀 백도라지(34)씨와 백민주화(29)씨, 손자 지오(5)군 등 유족들과 투쟁본부, 시민 50여명 등이 함께했다.
발인이 끝나고 백남기 농민의 관은 운구차량으로 옮겨졌다. 운구차량 출발 전 유족들은 묵념을 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후 9시부터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는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집전된 장례미사에는 유가족과 시민, 사제, 평신도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이종걸·표창원 의원 등 야권 인사들도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는데, 이웃을 위하기보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세상을 불의로 얼룩지게 한다”며 “미사를 통해 우리가 생명의 고귀함을 잊지 않고 늘 깨어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장녀 백도라지씨는 “지난 1970년대 아버지가 피신해서 세례를 받으신 명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치르게 돼 의미가 있어 하실 거 같다”며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장례미사 후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물대포를 직사해 백남기 어르신을 돌아가시게 한 정권을 단죄하지도 못했다”며 “사과 한 마디 올려드리지도 못했는데,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이 길에 다짐드리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장례미사 직후 오전 10시15분부터는 운구가 시작됐다. 장례운구 행렬은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 멈춰 짧은 노제를 치르기도 했다.
오후 2시부터는 광화문광장에서 영결식이 진행된다. 영결식을 마친 운구는 서울을 출발해 이날 오후 8시에 백남기 농민의 고향인 보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운구 도착 다음날인 6일 오전 10시 보성역에서는 노제를 거행한 뒤 운구 행진이 이뤄질 계획이다. 이후 광주광역시 금남로로 이동해 정오에 노제를 지내고 오후 5시 백남기 농민을 망월동 구묘역에 안장한다.
백남기 전남투쟁본부는 "보성장례식장에 마련된 분향소는 5일 낮 1시부터 6일 오전 8시까지 조문을 받는다"며 "많은 시민들이 백남기 농민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25일 백남기 농민의 시신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 2차 집행을 시도했으나 유족과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경찰은 백씨의 시신 부검영장을 재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발인식이 엄수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운구행렬이 운구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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