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겨울 스포츠의 꽃, 스키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키 시즌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국내 한 중소기업이 있다. 전 세계 고글의 40%를 책임지는 '한국OGK'다. 현재 오클리, 스파이, 드래곤 등 세계 유명 브랜드의 스포츠 안경을 생산하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이 95%에 달한다. 이달부터는 국내 스키 고객들을 상대로 렌탈사업도 시작한다.
박수안 한국OGK 회장. 사진/한국OGK
고글 생산업체가 전무했던 국내 시장에서 '세계 고글 생산량 1위'로 성장한 한국OGK의 신화 배경에는 박수안 회장이 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한국OGK 종합연구소에서 만난 박 회장은 "20대 후반, 다니던 회사를 나와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며 "한국에는 고글을 만드는 업체가 없어 일본을 오가며 어깨너머로 배워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맨땅에 헤딩이었다.
고글과의 인연은 3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를 창업한 시기이기도 하다. 1979년 당시 한 바이어가 4000달러를 사업비로 내주며 오토바이 고글 생산을 맡겼다. 이듬해 1만개를 수출했다. 하지만 제품 불량으로 전량이 회수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전량 회수에도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50%가 불량이었다. '절반은 성공했다'는 박 회장의 긍정적 마인드가 작동하면서 자신감도 충전됐다.
시작은 오토바이 고글이었지만 빠르게 다양한 분야로 발을 넓혔다. 박 회장은 "초반 개발비와 불량품 회수로 자금사정이 어려웠다"며 "초기 3~4년간은 부도 걱정도 많았다"고 말했다. 1982년 대우조선해양(옛 대우조선공업)에 산업용 안경을 납품하게 된 것은 회생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박 회장은 김서리 방지 소재를 이용해 조선소 전용 안경을 만들어 시장에 내놨다. 대우조선공업은 해당 제품을 사들였다. 3년 후에는 그간 수입에 의존해왔던 김서리 방지 소재 국산화에 성공하며 수익성도 높였다.
'고글 생산 1위'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겪어야 했던 역경도 많았다. 1995년 한국OGK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했다.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로 도수가 있는 스포츠 안경 생산을 계획했다. 하지만 제조산업이라는 이유로 코스닥 심사에서 떨어지며 신시장 개척에 대한 꿈은 멀어졌다. 설상가상 이듬해 서울 가산동에 있는 공장에서 화재까지 발생하며 12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기도 했다.
기회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오클리'에서 제안이 왔고, 박 회장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오클리와의 계약이 "신의 한수였다"고 평가헀다. 박 회장은 "오클리와의 계약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격경쟁력이었다"며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처음에는 밑지고 제품을 생산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절박함이었다. 이후 오클리는 주문량을 늘렸고, 규모의 경제로 한국OGK도 적자를 벗어났다. 현재 오클리의 고글 전량을 한국OGK가 담당하고 있다.
한국OGK는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916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5년 전인 2010년(463억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박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아직은 없지만 꼭 필요한 것은 만든다'는 경영이념처럼 새로운 시장에 대한 박 회장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시장은 도수 교정이 가능한 스포츠 안경 시장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충청북도 음성군에 연구개발을 담당할 연구소를 설립했다. 올해부터는 고글 렌탈사업도 진행한다. 국내 스키장 3곳에서 장갑, 헬맷, 고글, 보호대 등 4가지 제품에 대한 렌탈 서비스를 시작한다. 박 회장은 "렌탈사업만 봤을 때는 적자지만 국내 시장의 반응을 지켜본 후 중국에서 시도할 계획"이라며 "누구나 만드는 것을 똑같이 만들어 낭비하는 것이 아닌, 꼭 필요로 하는 것만 찾아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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