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대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Dimitris Psillakis)가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고, 배당재원이 되는 내부 이익잉여금 역시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누적 판매량도 경쟁사인 BMW코리아를 제치고 수입차업체 판매 1위를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2위인 BMW코리아와 경영스타일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국내에 투자하기 보다는 고배당을 통해 벤츠본사인 독일으로 절반이상을 돌려보내고 투자는 BMW코리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등 한국을 돈벌이 대상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벤츠는 국내에서 막대한 판매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금도 매출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디터 제체(Dieter Zetsche)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회장이 한국시장에 대한 신성장 전략을 제시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국내투자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3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제체 회장은 새로운 비전 '코리아(Korea) 2020'을 발표, 오는 2020년까지 한국시장의 판매규모를 두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R&D 센터 건립 등 한국사회에 지속적으로 공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벤츠는 지난 2014년 7월 총 520억원의 투자비를 들여 경기도 안성에 '메르세데스-벤츠 부품물류센터'를 건립했다. 기존 이천 물류센터 보다 약 2.5배 커진 1만7800m² 규모에 3만1000여 종류의 예비부품이 구비돼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총 250억원을 투입해 총면적 5274㎡의 규모의 트레이닝센터를 오픈했다. 하지만 이 또한 경쟁사인 BMW코리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2년간 시설관련 투자규모를 살펴볼 때 벤츠는 약 800억원을, BMW는 약 2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했다. 반면 지난해 벤츠의 매출은 약 3조원으로 BMW(약 2조3000억원)보다 오히려 30%이상 높다. 더벌고 덜 투자한 것이다.
제체 벤츠그룹 회장이 강조했던 R&D 코리아센터 신설과 사회공헌기금 조성 등과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별다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방문 당시 제체 회장은 "R&D 코리아 센터를 신설해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우수한 재능과 전문성을 보이는 한국인의 능력을 활용, 한국고객의 수준 높은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약속한R&D 센터는 사내부서를 신설해 운영하는데 그쳤을 뿐만 아니라 근무하는 연구원 수 또한 10여명 수준으로 업계와 비교해 초라한 수준이다. 부품업체인 한국타이어는 최근 대전 신축중앙연구소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의 R&D 연구원이 1000명 정도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프랑스 르노사의 한국투자법인인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국내 연구소 직원이 1000여명으로 벤츠코리아의 100배 수준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고용창출을 위한 신규채용 등을 기업에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벤츠코리아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벤츠 관계자는 "연구원 수가 올 초 기준 10명 이상 근무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매출은 고공상승 중이지만 기부금은 매출의 1%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부금은 2014년 11억2000만원에서 2015년 20억5400만원으로 늘었지만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은 각각 0.05%, 0.065%에 불구하다.
한국에 재투자하기 보다는 대부분을 독일본사로 보내는 배당금액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의 66%에 해당하는 585억원을 배당했으며 2014년에는 순이익 969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484억원을 주주에게 지급했다. 2013년 173억원 보다 무려 3배나 늘어난 수치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평균 배당성향이 많아봐야 30% 수준임을 감안할 경우 벤츠의 배당성향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반면 BMW 코리아는 5년째 배당 없이 국내 재투자를 통해 국내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2014년 770억원을 투자해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를 건립해 새로운 레저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경기 안성시에 13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부품물류센터 기공식을 갖고 공사를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수입차업체 중 가장 많은 서비스센터를 보유중이며 이 수 또한 매년 지속적으로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그룹 총괄 회장 겸 다임러 AG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13년 The New S-Class 출시행사에서 신차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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