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대한민국 청년 중에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없는 게 아니다. 사회가 잘못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리나라 청년실업 대책에 대한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21일 오전 11시 고려대 백주년기념 삼성관에서 열린 강연에서다. 그는 이날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청년 경제론'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박 시장은 자신이 만나고 경험한 국내외 청년들과 해외사례를 생생하게 전하면서 청년창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정책현실을 통렬히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상위 50대 부호들의 특징을 예로 들며 "한국의 경우 상위 10대 부호가 전부 상속으로 부를 축적한 반면 일본은 전부 창업을 통해 재산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회의 큰 변화와 혁명, 혁신은 청년들이 만들어 냈다"며 청년들의 정치참여도 강조했다.
그는 로렌스 윙 싱가포르 국가개발부 장관과 독일 녹색당 안나뤼어 만 전 의원을 소개하면서 "'왜 정치는 50대 60대만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져봐야한다. 변화의 선두에 나서는 사람은 젊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윙 장관과 만 전 의원 모두 청년 정치가다. 특히 만 전 의원은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19세에 녹색당에 입당해 당선됐다.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도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박 시장은 "저의가 있는 게 아니냐"며 농담을 던지며 통찰력과 추진력, 소통능력, 공감능력을 꼽았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과 국가의 역사를 돌아보고, 선진국과 주변국 등 해외 사례를 둘러보고, 국가의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며 평소 자신의 시정철학을 설명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연을 마치고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강연이 끝난 뒤 학생들은 서울시 청년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고려대 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이정은(22·여)씨는 "서울시 '청년수당'이라는 정책이 처음에는 청년들은 잠재력도 없고, 정부지원 없이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정책으로 오히려 청년들을 무시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오늘 시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청년수당 정책이) 청년들의 잠재력을 보시고 시도한 정책이란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고려대 사학과 마경민(20)씨는 "청년정책 재원은 어디서든 확보가 가능한데 적절하게 배분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서울시가 국가 정책과 별개로 청년정책에 관심을 쏟고 독자적으로 청년들에게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는 기회를 주는 게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박 시장은 강연에 앞서 안암동 창업문화 캠퍼스타운 조성사업과 관련해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과 김영배 성북구청장을 만나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과 김영배 성북구청장(왼쪽),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오른쪽)이 안암동 창업문화 캠퍼스타운 업무 협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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