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3대 철강수입국으로 중국산 수입량이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표준규격 미달의 저품질에 대한 모니터링 제도 ‘KOSIMA(Korea Steel Import Monitoring and Analysis)’ 도입이 시급하다”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은 철강 보호주의를 통해 자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하는 수입장벽을 치고 있다. 이 같은 철강 보호주의는 공급과잉을 문제 삼아 우리나라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커진다.
보호수단과 보호대상, 보호강도, 제소국가 등 전방위적으로 수입을 차단하면서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까지 높은 수입장벽을 쌓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5년간 수출증가와 함께 수입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내수대비 수입비율 즉 수입침투율은 4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시 말해 수입 철강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호주의를 앞세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수입장벽이 현저히 낮아 반덤핑 등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보다 심각한 건 수입재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취약해 저품질이 난립하면서 시장이 교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국회철강포럼과 한국철강협회는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철강산업이 나아갈 방향은?’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각국의 철강 보호주의 배경 및 특징, 한국적 상황과 주요국의 수입재 대응현황 및 방어제도, 대응방안 등을 전문적으로 다뤘다. 발제자로 나선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의 주제발표 내용을 토대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해봤다.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철강산업이 나아갈 방향은'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철강협회
철강 보호주의 배경과 특징은.
공급과잉에 수익악화에 정치 이슈까지 가세하면서 철강뿐 아니라 산업 전체에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반덤핑(AD·Anti-Dumping)과 상계관세(CVD·Countervailing Duties) 제소는 41건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지난 2013년 전세계 철강생산은 6억톤에서 올해 8억톤을 돌파하면서 철강 공급과잉이 심화하고 있다. 여기에 철강사의 수익성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 18개 철강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0년 6.8%에서 2013년 4.1%, 지난해 -0.1%까지 추락했다. 그나마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자동차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과 미국 대선 후보의 철강수입 정치 이슈화, 올 연말 예정된 중국 MES 부여 논쟁 등이 보호주의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각국은 철강 수입재 차단이 지능화되고 있는데.
선진국과 개도국을 모두 불문하고, 전제품에 대한 다중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보호수단은 과거 반덤핑 위주로 규제를 했다면, 최근엔 반덤핑은 물론 SG(세이프가드), CVD(상계관세), MIP(최저수입가격제도), 특허침해까지 전방위적 규제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보호대상은 이전 도금과 냉연이 다수였다면 현재 열연과 후판까지 전제품을 통틀어 감시하고 있다. ▲보호강도는 보통 두자릿수 이하에서 세자릿수 마진율 판정 ▲제소국가는 미국, 인도, 유럽에서 최근 일본, 베트남, 중국까지 가세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만 공급과잉의 주범으로 삼나.
각국은 우리나라가 수요를 초과하는 설비증설이 공급과잉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설비증설로 지난 2008년 이후 50% 이상 수출이 증가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또 중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은 세계 3위 철강 수출국인데, 문제는 중국 수출비중은 10%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40%를 상회하고 있다. 또 자국보다 35% 저가로 덤핑 수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수입억제 조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요국의 철강재 수입장벽은.
미국은 철강재 수입 모니터링의 강화와 관세법을 개정했다. 수입모니터링을 통한 신속한 정보수집으로 무역규제 제소에 활용하고 있다. 또 미 관세법 개정을 통해 피소국에 불리한 반덤핑과 상계관세 판정을 허용해 피소자에게 불리한 정보이용(AFA·Adverse fact Available)이 가능하다. 유럽은 올해 4월부터 철강수입감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소부과원칙 등을 폐지하면서 철강산업보호를 위한 무역방어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인도표준국(BIS) 주도로 철강재 의무인증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의무인증품목은 철강, 가전, 차량용 액세서리 등 총 137개 항목이다. 지난해 한국산 철강 수입규제는 총 19건이었으나, 올해는 6월말 현재 13건을 돌파했다. 특히 태국과 대만,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규제국의 범위가 다양화되고 있다. 제품 역시 기존 도금강판, 열연코일, 후판이었다면 현재는 스테인리스 강관, H형강, 선재 및 철근 등 품목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수출입구조를 살펴봐야 한다는데.
우리나라는 최근 5년간 수출과 수입이 함께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3000톤 이상 수출하고 있지만, 수입도 2000톤 이상 하고 있다. 내수대비 수입비율 즉 수입침투율은 40% 이상으로 미국 39%, 일본 10%, 중국 2%에 비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대중 수입비중이 64%로 압도적으로 높다. 일본의 대중 수입물량은 우리나라의 10분의 1수준이다. 올해 중국산 수입은 지난 2008년 1431만톤의 최고치를 경신한 1491만톤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와 중국간 철강 무역불균형과 무역적자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보호무역에 앞서 수입재 철강재에 대한 규제가 앞서야 한다. 물론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수입해 사용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저품질의 불량 철강재가 문제다. 또 중간 도매를 거치면서 시장이 교란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보호주의에 앞서 선결과제는 수입재에 대한 올바른 모니터링이다.
우리나라의 수입재 대응현황과 문제점은.
우리나라의 수입장벽은 현저히 낮다. 미국과 유럽, 인도 등은 무역제소, 기술장벽, 수입모니터링 및 통상규정 강화 등을 다양한 방어수단으로 총동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덤핑 제소 등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산 수입재 방어장치가 취약하나, 일본은 제도 정비가 잘되어 방어가 가능하다. 국경관세(관세, 통관절차, 반덤핑 제소 등), 기술표준(인증 등), 유통·상관행, 모니터링 등에서 모두 취약하다. 우선 컬러강판의 수입통계 문제를 사례로 들 수 있다. HS코드로는 컬러강판 분류가 사실상 곤란하다. 수입 데이터 신뢰성 제고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 유통업체의 수입 경쟁과 시장교란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사, 중소유통업체, 에이전트 등의 유통업체가 가격경쟁과 수입을 촉진하고 있다. 이는 불법 편법 유통, 수입재의 한국산 둔갑으로 이어지는 폐단을 낳곤 한다. 이외에 표준규격 미달의 저품질로 국민안전 위협, KS인증 취소업체를 타업체가 인수해 KS를 재취득한다든지 문제가 많다. 여기에 해외규격의 국내 선점으로 KS인증 활용도가 낮은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수입재 대응방안은 뭔가.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 확보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수입재 방어를 위한 제도 개선과 법안 도입을 제안했다. 수입관련 투명성 강화, 수입 대체 방안, 기술장벽 및 부적합 단속 강화가 있다. 건축물 원산지 표시제 도입이 시급하다. 또 수입 모니터링 제도를 도입해 통관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공공프로젝트의 경우 국산 철강재 우선구매제도를 적용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도 실시하고 있다. 또 국내 생산가능한 고강도강 적용을 위해 내진설계를 강화해야 한다. 품질기준 강화로 부적합재를 퇴출하고, 신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WTO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수입산 철강제품의 불공정한 수입과 유통질서 교란행위, 그리고 타국의 무역구제조치 남용에 대해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와 정책을 완비하는 것이 절실하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윤희 상무는 불공정한 수입 철강제품으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 검토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철강협회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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