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그룹 비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앞둔 당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인원(70) 롯데그룹 부회장에 대한 부검이 실시된다.
양평경찰서는 26일 "이 부회장 사망과 관련한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오후 3시 이후 강원도 원주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7시10분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있는 A호텔 뒤 야산 산책로에서 쓰러져 있던 것을 마을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현장에 대한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산책로에 있는 가로수에 넥타이와 스카프를 연결해 목을 맸으나 넥타이가 끊어지면서 바닥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의 CCTV분석 결과 이 부회장은 전날 오후 10시 서울 용산에 있는 자택에서 나와 승용차로 서울춘천고속도로를 경유해 사건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동 중 다른 곳을 경유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여러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부회장의 아들 A씨는 최근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후 가정사까지 겹치면서 이 부회장이 많이 힘들어 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건 현장에서 약 30m 떨어진 식당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이 부회장의 차량에서 유서가 발견됐다. 자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는 표지를 포함해 A4용지 총 4매 분량이며, 경찰은 지문감식과 필적을 감정할 예정이다.
경찰은 시신에 외상이 없는 것으로 볼 때 타살 흔적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사망시각과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족들은 애초 부검에 반대했지만 경찰 설득으로 결국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는 이날 오전 9시30분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배임과 횡령 등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었다.
검찰은 롯데건설이 지난 2002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총 5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이 과정에 이 부회장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격호(94)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장녀 신영자(74·구속 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에 증여하면서 총 6000억원 상당을 탈세한 과정에 이 회장이 개입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사전 참고인 조사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사지휘라인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 부회장께서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수사 책임자로서 안타깝고 고인 명복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어떤 경우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고 불행한 일에 대해 유감이고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 양평군 양수장례식장에서 관계자들이 시신을 부검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운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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