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16강 탈락' 전희숙의 사연 많은 눈물
2016-08-11 09:14:53 2016-08-11 09:14:53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끝내 주저앉아버린 '미녀 검객'은 한동안 피스트를 떠나지 못했다. 얼굴에는 아쉬움과 허탈함, 억울함이 가득했다. 굵은 눈물이 뺨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리우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 출전한 전희숙. 사진/뉴시스
 
전희숙(서울시청)이 리우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세계랭킹 19위인 전희숙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 3에서 열린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16강에 나섰지만, 아이다 샤나예바에게 11-15로 패했다.
 
샤나예바는 시작부터 전희숙을 몰아붙였다. 세계랭킹 4위다운 날카로운 공격력을 앞세워 1라운드 시작과 함께 내리 4점을 따냈다. 전희숙이 뒤늦게 2점을 따라붙었지만, 샤나예바는 2-7로 도망갔다. 전희숙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2라운드에서 추격전이 시작됐다. 2-9로 뒤져있던 전희숙은 4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기세를 올렸고, 2라운드를 8-11로 마쳤다.
 
3라운드에서 두 선수가 1점씩 따내면서 경기는 9-12 상황이 됐다. 피스트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희숙은 샤나예바의 공격을 방어한 뒤 찌르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순간 심판은 샤나예바의 득점을 인정했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다. 전희숙은 마스크를 벗고 강하게 항의했다. 비디오 판독이 실시됐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끈질기게 따라붙던 전희숙으로서는 맥이 풀리는 상황이었다. 
 
분위기는 샤나예바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전희숙은 결국 러시아를 대표하는 검객 샤나예바에게 11-15로 무릎을 꿇었다. 현재 세계 펜싱계에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는 알리셰르 우스마노프 국제펜싱연맹(FIE) 회장 역시 러시아인이다. 세계 100위 안팎의 거부인 우스마노프 회장은 '펜싱 발전'을 명목으로 펜싱계 전반에 두둑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희숙이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16강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희숙에게는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12년차 펜싱 대표 선수인 전희숙은 꾸준히 정상급 기량을 보여줬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같은 종목의 남현희(성남시청)에게 쏟아졌다. 전희숙에게는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은 그런 전희숙이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드러낸 대회였다. 남현희를 꺾고 결승에 오른 전희숙은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전희숙은 여전히 배가 고팠다. 2012 런던올림픽 단체전 동메달리스트인 전희숙에게는 올림픽 개인전 메달이 없었다.
 
전희숙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고통스러운 재활 과정을 거치면서 메달 획득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희숙은 지난 3월 열린 국제펜싱연맹 쿠바 아바나 플뢰레 그랑프리 대회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다. 심각한 수준의 부상이었다.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전희숙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강훈련에 돌입한 전희숙은 진통제로 통증을 이겨내면서 매일을 보냈다. 전희숙의 목표는 오직 올림픽 메달이었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은 몸상태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올해 32세가 된 전희숙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전희숙과 함께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세계랭킹 13위의 남현희는 32강전에서 의외의 복병에게 덜미를 잡혔다. 남현희는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일본의 니시오카 시호(세계랭킹 60위)에게 12-15로 패했다. 
 
1라운드에서 리드를 지킨 남현희는 2라운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35세의 베테랑이 된 남현희의 몸놀림은 예전 같지 않았다. 2라운드에서 6-7로 경기가 역전된 이후 점수차는 더욱 벌어졌다. 남현희는 경기 막판 4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투혼을 발휘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 펜싱 역사상 최초로 4회 연속 올림픽 출전에 성공한 남현희는 단 한 경기만에 이번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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