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새누리당이 9일 호남 출신 이정현 의원을 신임 당대표로 선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인물이 새누리당의 새 간판이 되면서 당청 관계는 어느 때보다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청와대 2중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 대표는 취임 후 첫 공식 일정부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강조하고 나섰다. 친박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는 10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100년 중 1년 6개월은 짧지만, 5년의 1년 6개월은 길다”며 “대선 관리도 중요하지만, 지금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장의 국가, 국민, 민생, 경제, 안보 등 시급히 해야 할 책무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이날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에 맞서는 게 마치 정의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여당이 야당과 똑같이 대통령과 정부를 대한다면 여당의 본분과 지위, 신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전당대회에서 열린 대표 수락연설에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다시 찾아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잘 준비해 정권을 재창출하라는 당원의 지상명령을 하루만에 망각한 듯하다. 내년 대선보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가 더 중요한 과업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이력을 보면 이 같은 행보가 당황스러운 것은 아니다. 2004년 박 대통령과 처음 만난 이후 줄곧 박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고, 박근혜 정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까지 지낸 사람이다. 이 대표를 박 대통령과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먼 미래의 대통령 선거보다 지금 당장 정부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민생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것을 더 강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조는 스스로 경계해야 된다. 당청 관계는 기본적으로 수평적 관계여야 한다. 정권을 창출했기 때문에 그 정권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된다는 책임감도 있겠지만 3권 분립은 헌법에 보장된 통치조직 원리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행정부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입법부는 각각 별개의 기관으로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야 된다. 솥은 3개의 다리가 있어야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제 기능을 못하면 물은 쏟아지고 만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3권 분립이라는 헌법의 기본 가치를 고민하게 만드는 새 지도부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경부 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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