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칼럼)땅에서 시장으로
2026-02-13 06:00:00 2026-02-13 06:00:00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기로 했다. 창업과 벤처 육성을 총괄하는 부처 수장이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낯설지만 동시에 한국 자산 구조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부동산이 아닌 다른 자산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는 정부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도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 자체는 자유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는 대체 투자수단이 존재하는 만큼 생각을 바꿀 시점이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부동산을 대신할 자산시장으로 이동한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이 주식시장, 특히 벤처기업의 최종 엑시트로 여겨지는 코스닥이다.
 
코스닥은 기대만큼 작동해온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1996년 7월 지수 산출 이후 2000년 초 IT 버블 시기 2600포인트대를 기록했지만 이후 장기간 1000포인트 아래 박스권에 머물렀다. 개설 이후 올해 1월말 기준 누적 수익률은 16.4%에 그쳐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526.2%와 대비된다.
 
시장 구조도 취약하다. 시가총액이 작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탓에 연기금 등 장기 자금이 자리 잡기 어렵고,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 자본조달 중심 시장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분식회계, 경영권 분쟁, 공시 번복 같은 지배구조 문제 역시 신뢰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짚는다. 상장이 사실상 유일한 회수 수단으로 작동하는 생태계가 문제라는 진단도 내렸다. 이에 정부는 인수합병(M&A) 플랫폼을 강화하고 세컨더리 펀드와 중간 회수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배구조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한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희석되며 경영권이 불안정해지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무리한 자본시장 거래가 반복되는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 활성화 등을 통해 창업자의 의결권을 강화하고 상장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문제의 해법을 복수의결권에 두는 접근에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소수주주 권익 약화와 지배력 고착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제도가 대기업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시장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지배구조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결국 코스닥의 문제는 장기자본 부족과 회수 구조의 왜곡, 지배구조 불안이라는 생태계 전반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자본 유입 구조와 회수 시장, 기업 지배구조를 함께 손보는 접근이 불가피하다.
 
정부 대책 역시 코스닥을 직접 손보는 방식이 아니라 벤처 투자와 회수, 기업 성장 구조를 바꿔 코스닥이 자연스럽게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접근에 가깝다. 다만 문제의 크기에 비해 제도적 처방이 기대보다 단선적인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제도만으로 단기간에 시장 체질이 바뀌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방향 제시보다 실행과 지속성이 정책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 구조를 완화하고 자본이 산업으로 흘러들어가게 만들겠다는 방향은 타당하다. 국가 경제의 무게중심이 부동산 투자와 일부 대기업에만 머무는 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산 이동은 구호로 이뤄지지 않는다. 시장이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자에게 장기 성과의 경험이 축적될 때 비로소 방향이 바뀐다. 한 장관의 주택 처분이 상징이라면, 그다음은 시장이 증명해야 할 몫이다.
 
이지우 정책금융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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