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이니스프리'가 상반기 높은 실적을 올림에 따라 화장품 로드숍 업계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다만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되는 하반기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어서 연말까지 이 순위가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줄곧 업계 1위를 고수해온
LG생활건강(051900)의 '더페이스샵'이 올 상반기 매출액 3308억원을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4002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니스프리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업계는 이니스프리가 이 같은 기세로 하반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할 경우 메르스 파동 속에서도 30% 성장을 이뤄냈던 지난해 실적(매출 5921억원)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장품 업계의 '삼성'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이 그 동안 한 번도 오르지 못한 브랜드숍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비교적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 특성상 최근 대두되고 있는 사드 리스크가 걱정거리다. 최근들어 한류스타들의 중국 일정이 잇따라 취소되고,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 취소가 이어지는 등 불안한 조짐이 수차례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한국 화장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도와 선호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피해나 영향력이 크지 않길 바라고 있다"며 "이제 업계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 등의 해외 신규시장 발굴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매출 3096억원이라는 깜짝 실적으로 4위 자리에 올랐던
잇츠스킨(226320)의 부진도 눈에 띈다. 잇츠스킨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한 1454억원에 그치며 업계 5위로 내려앉았다.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되기 전부터 곤두박질쳐버린 실적에 업계는 잇츠스킨의 4위권 안착은 '1년 천하'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잇츠스킨의 진짜 고민은 지금부터다. 달팽이크림 등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특정 대표상품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데다 올해 안에 쉽게 획득할 것으로 알려졌던 달팽이 라인의 중국위생허가(CFDA)가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연아를 모델로 한 TV 광고 등 광고선전비에 대한 높은 투자로 국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2분기 국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것은 위안거리다.
한편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078520)는 상반기 로드숍업계 3위, 매출 2101억원으로 자리를 유지했다. 잇츠스킨이 물러난 4위 자리에는 지난해 6위로 추락했던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가 1659억원의 매출로 이 자리를 되찾았다.
토니모리(214420)는 상반기 매출 1167억원으로 6위 자리에 올랐으며, 네이처리퍼블릭은 아직 상반기 실적이 집계되지 않았다.
이니스프리가 중국 상하이에 세운 플래그십 스토어의 모습.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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