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오만과 독선이 거의 ‘전두환급’이다. 국보위에서 배웠음직한 독재자적 본성으로 제1야당을 난자한다. 야당에 대한 애정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집권하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나를 따르라’는 식이다. 왜 집권을 해야 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야당의 가치와 신념은 5공화국 금고에 다시 집어넣었다. 수오지심도 없이 비례대표 2번으로 자신을 호명할 때부터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자신의 말을 잘 듣는 대선 후보를 내세워 집권하는 것뿐인 듯하다. 미루어 짐작컨대 김종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망해 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망해가는 당을 구해놨더니!’라는 그의 언술은 그가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을 부인하고 ‘김종인 천동설’을 믿고 있음을 드러내 준다.
지금 더민주는 국보위 출신의 ‘유사 황제’ 김종인과, 용기라고는 폭염속에 볼품없이 말라 버린 ‘운동권 86’의 앙상한 야합정당이다. 더민주는 국민들이 총선에서 제1당을 만들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앵벌이하듯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푼돈이나 챙기려다 국가 중대사에 대해 입장조차 밝히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김종인은 심지어 사드 배치 반대에 대해 ‘대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며 대통령과 같은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김종인은 애초부터 한국 역사의 도도한 흐름과 함께 해온 야당의 존재 이유 따위엔 관심이 없다.
김종인에게 당내 초선의원들은 철부지 어린애일 뿐이다. 자신을 비판하는 의원들에 대해 “과거 반대를 일삼던 도로 민주당으로 회귀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협박했다. ‘도로 민주당’은 그가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다.
중국을 방문하려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의원 정도 됐으면 당과 국익을 위해 무엇이 현명한가를 판단할 줄 알아야지”라고 했다.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에 대해 이보다 더한 모독을 가한 정치지도자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그에게는 원내대표도 안중에 없다. 원내대표가 전략적 모호성을 얘기했는데 김종인은 ‘모호하긴 뭐가 모호하냐”며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종인에게 당권주자도 별 볼 일 없긴 마찬 가지다. “당권주자들이 선거를 의식해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며 “수준이 그것밖에 안된다”고 했다. 김홍걸 전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새누리 2중대가 될 바에는 도로 민주당이 되는 게 낫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정청래 전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민주주의도 국익도 모르고 외교는 문외한이면서 뭘 자꾸 아는 척 가르치려 하시는가?”라며 김종인을 비판했다. 그런데 현역 의원들은 왜 이런 모욕을 당하고도 침묵하는가.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정풍운동이 일어나도 골백번은 일어났을 것이다.
궁금해졌다. 이렇게 초선의원부터 당권주자, 대선후보에 이르기까지 마구잡이로 무시하는 당대표는 도대체 누구와 상의해 의사를 결정하는가. 국보위 시절의 친구들인가, 기업인인가, 아니면 보수언론인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시도때도 없이 나이와 경험을 자랑하니 1864년 독일에서 태어난 막스 베버 형님을 잠시 모셔와야 겠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현대 정당에서 의원들의 주도적 역할은 막을 내렸다고 했다. 의회 밖에 있는 ‘직업 정치가'들이 정당조직을 손에 넣었는데, 이 직업 정치가에는 기업가와 고정급료를 받는 관료들이 있다고 했다. 김종인이 당의 소속의원들을 대놓고 무시할 때는 뭔가 다르게 믿는 구석이 있을지도 모른다.
베버가 살아 있다면 김종인을 앞에 두고 호통을 치듯 말했음직한 구절이 있어 인용한다.
“벼락부자처럼 자신의 권력에 대해 허풍을 떨며 권력도취에 빠져 허영에 찬 자화상에 몰두하는 짓거리 등 순전히 권력 그 자체를 숭배하는 모든 형태는 정치력을 왜곡시키는 가장 해로운 행위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김대중 서거 7주기 추모행사’ 축사에서 “반드시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의 유지와 자랑스런 민주 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나갈 것을 대통령께 약속한다”고 했다. 자신이 주도하는 정권교체 의지를 밝힌 것. 그런데 이 말은 아직 공허해 보인다. 김대중의 적통을 계승한 ‘민주당’을 모욕적으로 폄훼하는 김종인을 누가 이 정당에 데려 왔는가. 안철수와는 한 배를 탈 수 없어도 김종인과는 함께 하겠다고 당을 송두리째 넘긴 사람은 누구인가. 문재인은 김종인에게 질질 끌려다닐 것인지, 김대중 정신, 즉 야당다운 가치와 신념을 지킬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누군가는 김종인을 그의 정치적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결단을 해야 한다. 그것도 철저히 ‘빈 손’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재인이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 김종인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더민주 지지자들의 자존심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 만약 문재인이 외연을 확장한다는 명분으로 김종인에게 계속 끌려다닌다면 ‘김대중’이라는 세 글자를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당대표에게도 숙제가 남겨졌다. 김종인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 보내라.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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