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국내 완성차업계의 7월 내수 판매실적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 넘게 하락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여기에 노조의 파업까지 보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는 현대차는 내수판매가 20.1% 급락했다. 하반기도 대내외적 여건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어서 내수진작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1일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는 지난 7월 전월 대비 24.7% 감소한 12만1144대의 내수판매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 판매와 전체판매가 각각 19.8%, 20.8%씩 감소한 것에 비해 내수 판매가 타격을 더 크게 입은 모습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4만7879대의 판매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31.9%의 판매 감소율을 보이며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 승용 판매를 주도하고 있는 쏘나타와 아반떼 세제 혜택을 보기 위한 판매가 6월에 몰리면서 지난달 두 모델의 판매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쏘나타는 21.8%, 아반떼는 49.5%나 판매가 줄었다. 여기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던 투싼·싼타페가 47%씩, 모델 체인지를 앞둔 그랜저가 46.2%씩 감소한 점도 아프게 작용했다.
기아차는 고공행진을 주도하던 SUV 라인업 판매를 이끌던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판매가 줄며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로 인한 타격을 실감케했다.
한국지엠도 경차 스파크와 중형 세단 말리부가 회사 창립 이후 역대 최대 내수 실적을 이끌며 전년 동월 대비로는 20.8%의 내수 판매 증가를 기록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오히려 20.5% 감소했다.
SM6 효과에 지난 3월 이후 줄곧 내수판매 1만대 돌파 행진을 이어오던 르노삼성차도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 여파에 31.8%나 감소한 7546대를 판매했다.
고급화 전략이 주효하며 지난 6월까지 월 7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유지하던 SM6 마저 4508대에 그치는 등 전 모델의 판매 감소세를 막지 못했다. 전기차 모델인 SM3 Z.E.가 20대에서 30대로 10대 늘어난 것 정도가 위안이 됐다.
지난 6월 국내 시장에서 9750대를 판매하며 1만대 고지 돌파를 눈앞에 뒀던 쌍용차(003620) 역시 7월 7546대로 주저앉았다. 티볼리 에어 가세로 보다 라인업을 확장한 티볼리 브랜드가 여전히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지만 이 역시 한달새 1000대 이상 판매량이 줄며 전체 22.6%의 내수 판매 감소율을 보였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내수 판매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 여파 직격탄을 맞으며 한달새 24.7% 감소했다. 자료/각 사
7월 완성차 판매 실적 하락은 예견된 결과였다.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1월 제외하고 반기 내내 지속된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효과와 각사별 신차 판매 호조에 전년 동기 대비 9.0%의 판매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 2010년 상반기 16.2% 이후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책 효과를 톡톡히 본 상반기와 달리 어두운 하반기 시장 전망은 일찌감치 전망돼왔다. 개소세 인하 효과 종료는 물론, 상반기에 비해 부족한 신차에 상반기 증가세에 맞먹는 하락세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 하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 수요는 약 89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8.9%, 상반기 대비 4.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판매 총계 역시 전년 대비 0.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13년 이후 3년만에 감소세다.
글로벌 시장 상황 역시 상반기에 비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악재다. 선진시장의 고착화되는 저성장 기조에 신흥시장 부진이 지속되는데다 브렉시트 이후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글로벌 자동차시장 산업수요는 총 8826만대로 2.4%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2.3% 성장률을 보였던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대의 저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역시 좋지 않았던 글로벌시장 상황을 견조한 내수시장 성장으로 버텨왔던 완성차업계 입장에서 그나마 호재로 꼽히는 노후 경유차 폐차지원정책 역시 순증 효과가 3만대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기대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시장 상황 돌파구로 업계는 역시 신차를 꼽았다. 상반기 대비 부족한 신차지만 각사별 볼륨 모델출시가 예정된 만큼 신형 모델의 시너지가 더해져 하반기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완성차업계는 지난 7월 한 달간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시장에서 64만5524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월 실적인 68만755대와 비교해 5.2% 감소한 수치다. 내수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0.6% 줄어든 12만1144대에 그쳤다. 신흥시장의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수출 실적도 3.8% 줄어든 52만4380대를 기록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