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상가 빌딩을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봤더니 실제 빌딩 화면에 할인 쿠폰이 뜬다. 스마트폰으로 음식점이 있는 빌딩만 비춰봐도 할인을 하는지, 어떤 품목을 언제까지 얼마나 할인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초보 운전자들에게는 전방과 내비게이션을 함께 보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내비게이션이 음성으로 진행 방향을 알려주지만 좁은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질 경우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전방의 실사 모습에 직진·좌회전 등의 차선 변경 방향을 미리 화살표로 표시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 초행길도 헤매지 않고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게 됐다.
증강현실(AR). 위키피디아는 AR에 대해 가상현실(VR)의 한 분야로, 실제 환경에 가상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해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그래픽 기법으로 정의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AR 서비스들이 등장했지만,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AR게임 '포켓몬 고(go)'만큼의 파급력은 없었다.
울산 울주군 간절곶 인근에서 게임속 포켓몬이 등장한 모습(왼쪽)과 위치기반 맛집 서비스 ‘식신’에서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친 음식점의 쿠폰이 나타난 모습. 사진/뉴시스, 씨온
국내에는 게임을 비롯해 맛집 쿠폰 서비스, 내비게이션 등과 결합한 AR 서비스들이 4~5년 전부터 출시됐다. 하지만 게임 강국인 한국에서 정작 AR 게임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신 특정 분야에서 정보를 보다 편하게 알 수 있는 수단으로 AR 서비스가 이용됐다.
그로부터 5년여가 흐른 2016년. 일본의 유명 캐릭터 ‘포켓몬’이 AR과 결합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닌텐도와 구글의 자회사인 나이앤틱이 공동 개발한 AR 게임 '포켓몬 고'다. 게임방법도 어렵지 않다. 실사 배경에 출몰한 포켓몬 캐릭터들을 포켓볼을 던져 잡는 단순한 방식이다.
비슷한 내용의 게임은 5년전에
KT(030200)가 국내에 먼저 선보였다. KT의 ‘올레 캐치캐치’는 지난 2011년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위를 비추면 몬스터 캐릭터가 나타나고 이를 잡으면 포인트를 받는 방식으로, 포켓몬 고와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2년만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AR이 기술적으로 높은 난이도가 아니고 국내에서 5년이나 먼저 선보였지만 이토록 결과가 다른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킬러 콘텐츠의 부재’를 꼽았다. 닌텐도의 포켓몬은 1996년 등장한 캐릭터로, 20년간 꾸준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얻은 후 게임은 물론 인형·가방 등 각종 팬시 제품으로 재탄생하며 세계가 사랑하는 장수 캐릭터가 됐다.
한국 사정은 빈약하다. 국산 애니메이션은 일본에 밀린 지 오래고, 게임에서 인기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아직 포켓몬만큼의 파급력은 없다. 위치 기반의 맛집 찾기 서비스 ‘식신’을 서비스 중인 씨온의 안병익 대표는 “AR은 국내에도 이미 선보였으며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며 “포켓몬고는 포켓몬이라는 강력한 콘텐츠, 몰입할 수 있는 위치기반 서비스, 구글이라는 힘 있는 조력자 등 3박자가 잘 맞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에는 포켓몬만큼 유명한 캐릭터는 없지만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RPG(역할수행게임)가 많다”며 “이러한 콘텐츠를 갖춘 기업이 AR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팅크웨어의 내비게이션 'X1'에 탑재된 AR 솔루션. 사진/팅크웨어
위안도 있다. 정보 제공 용도로는 AR 서비스가 활발하다. 팅크웨어는 아이나비 내비게이션 ‘X1’에 AR을 도입했다. 차량 내비게이션의 AR은 실제 도로 영상에 경로 정보를 결합한 형태로, 운전자가 짧은 순간에도 직관적으로 경로를 인지할 수 있다. 팅크웨어 관계자는 “자사의 AR 솔루션은 차선이탈감지시스템·앞차출발알림 등이 적용된 운전자지원시스템(ADAS)과 결합해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지진·화재 등 재난 상황을 실사와 결합해 미리 체험하고 예방할 수 있는 AR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 개발사인 한빛소프트는 연세대 산학협력단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민안전저 공모사업 과제 ‘AR 기반 재난대응 통합훈련 시뮬레이터’를 개발 중이다. 실사를 배경으로 3차원 가상 이미지를 더해 각종 자연 재해 상황을 연출해 대비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빛소프트는 ‘오디션VR’, ‘우주전략’ 등의 게임에 AR을 적용한 바 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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