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산업연구원 초빙연구위원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 위원장,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등을 거친 인적자원개발 전문가다.
공단에 박 이사장의 전문가로서의 면모가 더해지면서 최근에는 정부3.0 추진실적 10대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공단이 개발한 데이터를 개방해 민간이 돈 되는 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단은 지난해 자격시험, 해외취업 등 3개 분야 6개 데이터 플랫폼을 민간에 개방해 새로운 웹 서비스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임기를 1년여 남겨둔 현재에는 직원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단이 계속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발전하려면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 문화가 정책돼야 한다는 소신에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직원들과 영화도 보고 토론도 하는 등 소통의 시간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혁신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13일 공단 서울남부지사 사무실에서 박 이사장을 만났다. 공단을 떠나기 전에 벌려놓은 일을 다 마무리 짓겠다는 박 이사장은 요즘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13일 산업인력공단 서울남부지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하고 있다./뉴스토마토
-공단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청년 해외취업 지원이다. 공단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인력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2013년 1607명에서 2014년 1679명, 지난해 2903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공단에서 지출된 지원금을 기준으로 한 실적이기 때문에 실제 해외에 취업한 청년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여기에 해외취업에 대한 인식과 고용시장 변화에 따라 향후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청년구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과거에는 해외취업이라고 나가서 음식점, 농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정부에서 10만 글로벌리더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양 위주의 청년 해외진출 정책을 폈다. 그 바람에 질 관리가 제대로 안 된 측면이 있다. 호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정부에서는 기존의 사업들을 정리해 보수 수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일본, 싱가포르, 미국 등 선진국의 글로벌기업에도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현지 정착, 국내 복귀 등 취업 후 사후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취업자와 연락이 끊기면 더 이상의 관리는 불가능하다. 특히 취업자들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국내에 복귀했을 때 공단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없다. 대신 월드잡플러스 홈페이지 내에 해외취업자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고, 사후 지원체계도 강화해나가는 중이다. 또 60여개국의 K-Move 멘토단을 운영하면서 이메일 등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국내 인력만큼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 인력이 많다. 주로 어떤 분야에서 해외 인력을 선호하는지.
외국인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취업이 가능한 분야는 제조업,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5개 업종으로 지난해 5만1000여명(비전문사증 E-9)이 국내에 취업했다. 이 중 제조업 종사자가 78.8%인 4만여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의 66%가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 중 50%는 10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이다.
-그런데 외국인근로자들이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외국인근로자들은 우리 청년들이 취업하지 않는 직종에 퍼져 있다. 소위 말하는 3D 업종이다. 국제통화기근(IMF) 구제금융 이후에 100만명 이상 실업자가 발생하자 정부에서는 외국인근로자를 국내 근로자로 대체하는 사업체에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업체에서 외국인근로자를 내보내고 국내근로자를 못 구했다. 지원금도 대부분 소진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근로자들은 보완적 역할을 한다. 외국인근로자가 없다면 그 업체는 도산하거나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 오히려 외국인근로자가 있음으로 인해 국내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사업체든 100% 외국 인력만으로 운영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불법체류자 문제도 심각하다. 불법체류자들이 국내 노동시장을 왜곡시키는 측면도 있는데, 공단에서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과거와 비교하면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근로자들의 불법체류 비율은 많이 줄어들었다. 우선 고용허가제를 해당 국가의 국가기관이 운영하도록 바뀌었고, 불법체류율이 높으면 송출을 중단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에도 불법체류 문제로 2년간 송출이 중단됐었다. 특히 과거에는 국내로 들어오려는 외국인이 해당 국가의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그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체류기간이 끝난 뒤에도 국내에 남아있던 경우가 많았었는데, 지금은 예치금제도 등이 신설되는 등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더 큰 손해를 보게끔 제도가 정비됐다.
-현재 중앙정부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공단의 사업 중 하나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이다. NCS가 왜 필요한 것인지 알고 싶다.
NCS가 확산되면 근로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직무능력을 알고 준비해 고용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기업은 직무에 대한 최적의 인재를 선발해 활용할 수 있다. 이미 국립공원관리공단 퇴사율이 감소하고, 한국전기안전공사의 허수지원자가 감소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NCS가 구직자들에게 또 다른 스펙 부담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스펙의 본래 뜻은 사용설명서다. 그런 점에서 스펙은 필요하다. 문제는 직무와 관련없는 스펙이다. NCS는 일하는 데 필요한 진짜 스펙만 쌓으라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오히려 쓸데 없는 스펙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우리 공단을 토익 점수를 보지 않는다. 대신 영어능력이 필요한 직무에 대해서만 공단에서 자체 개발한 문제지로 시험을 본다. 그렇게 하다 보니 합격자 중에서는 토익 점수가 500점인 응모자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토익은 응모생들을 계량화해 떨어뜨리는 수단이다. 다른 측면에선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구직자들을 계량화한다.
-다른 측면에선 구직관행 문제가 아닐까 싶다. 기업 규모에 따라 근로조건 격차가 심하다 보니 구직자들이 직무가 아닌 기업의 규모를 중심으로 지원을 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기업에선 응모자들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능력이 아닌 일률화한 스펙을 본다.
어떤 업종이든, 어떤 기업이든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제한돼 있다. 그런데 왜 모두 똑같은 곳에 들어가려고 하나. 직업능력개발원장 시절에 낸 보고서가 있다. 학력별 생애소득을 계산해봤더니 탑10 대학 출신자들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특성화고였다. 4년간 학비를 아꼈고 그 동안 돈도 벌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면 나름대로 성공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대학 나와서 대기업 들어가는 걸 성공이라고 규정해놓고 있다.
-다른 질문이다. 최근 공단이 정부3.0 추진실적 10대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어떤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궁금하다.
이번엔 우리가 개발한 데이터를 개방해 민간이 돈 되는 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정부 3.0은 두 가지다. 하난 정부부처 간 시너지를 통해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방이다. 지난해 우리 공단은 자격시험, 해외취업 등 3개 분야 6개 데이터 플랫폼을 민간에 개방해 새로운 웹 서비스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제 임기가 1년 정도 남았다. 남은 임기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우리 공단이 최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우리 공단이 계속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발전하려면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런데 기관장이 바뀌어도 구성원들의 근본적인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에는 직원들과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토론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혁신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시키려는 것이다.
대담:권순철 경제부장
정리: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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