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로 유명한 임영철(56) 한국 여자 핸드볼 국가 대표팀 감독은 엄격한 지도 스타일로 '호랑이' 또는 '독사'라 불린다. 이번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도 그는 여전했다. 선수들을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평소 스타일답게 '지옥의' 해병대 훈련과 '최고참' 임영란의 합류라는 두 가지 카드를 꺼내 들며 시선을 모았다. 그의 복안은 무엇이었을까.
임 감독은 5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오륜관 핸드볼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기자들과 함께 팀 훈련을 지켜보며 속내를 얘기했다. 임 감독이 이끄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지난 3월28일부터 4월1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경북 포항의 해병대에 직접 입소해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한 바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난 오영란(44)도 해병대 훈련 직전 임 감독의 부름을 받고 8년 만에 대표팀에 돌아왔다. 극기 훈련을 체험하며 정신력을 기르겠다는 취지였지만, 일각에선 '44살 노장'과 '해병대 훈련'에 대해 '시대에 역행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임 감독은 먼저 해병대 훈련에 대해 "주위에서 정신력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과연 정신력 훈련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결국, 극한까지 가는 거다. 끝까지 가봐야 정신력이 나온다"면서 "해병대 하면 의리, 단결, 목표 의식 등이 뚜렷하지 않나. 같은 남자가 봐도 멋있다. 해병대라는 게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전혀 새로운 것이지 않나"라며 이번 해병대 훈련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 선수들은 훈련에서 50m 헬기 레펠은 물론 유격, 해상 침투, 무박 행군 등 신병들이 하는 걸 모두 다 소화했다"면서 "거기 있던 해병대 교관들이 깜짝 놀라더라. 우리 선수들이 남자보다 더 낫다고"라고 웃었다.
최고령 현역선수인 오영란의 복귀에 대해선 "오영란은 활동적이고 솔선수범하는 스타일이다. 44살 먹은 선수가 앞장서서 뛰고 소리 지르는데 후배들이 안 할 수가 없다"면서 "이전에는 이런 구심점이 없었다. 우선희(38)까지 뒤를 받쳐주니 팀이 좋아졌다. 둘이 팀 분위기 자체를 바꿔주고 있다. 기량적인 면에서도 당연히 실력이 있기 때문에 부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심한 듯 말하는 임 감독이지만 이번 올림픽 목표에 대해선 뚜렷한 눈빛으로 "금메달"이란 세 글자만 강조했다. 전력만 따지면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지만 2004 아테네 올림픽과 베이징 올림픽 때 대표팀을 이끌고 각각 은메달, 동메달을 따낸 아쉬움을 털어버리겠다는 각오다.
임 감독은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이렇게 열심히 훈련하면 선수들도 노력해서 안 되더라도 다음 올림픽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나"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만 말고 다른 때에도 좀 훈련장에 와달라"며 진담 같은 농담을 던졌다. 코트 밖에선 선수에게 직접 찌개도 끊여주는 누구보다 '자상한 사령탑'인 그다웠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임영철(왼쪽) 여자 핸드볼 국가 대표팀 감독이 5일 열린 팀 훈련에서 김온아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