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국민투표로 결정하면서 당장 7월1일 효력이 발생하는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법률시장 3단계 개방 효력이 영국로펌에도 미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률시장 3단계 개방 효력이 발효되면 한국과 EU 회원국가의 합작법무법인이 국내 변호사, 외국법자문사를 고용해 외국법 사무와 일정 범위의 국내법 사무 등을 수행할 수 있다. 또 기존 외국법자문사뿐만 아니라 외국 변호사도 일시 입국해 국제중재 사건을 대리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결론적으로는 영국 로펌이 당장 한국에서 활동하는 데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EU FTA 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한국 내 영국로펌 진출 현황. 자료/법무부
학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한·EU FTA 당사자를 EU 자체로 보고 있다. 영국이 확정적으로 EU를 탈퇴하기 위해서는 의회 의결을 거쳐 EU와 탈퇴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EU조약 50조에 따르면 탈퇴신청서를 낸 때로부터 2년간 협의를 하게 돼있다. 때문에 확정적 탈퇴협정이 체결되기 전 까지 영국은 EU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또 하나의 해석은 한·EU FTA 당사자를 EU 뿐만 아니라 개별 회원국으로 보는 해석이다. 상당수의 통상전문가들이 이같이 해석 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통상위원회 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영국은 EU차원만 아니라 독자적인 개별국가 자격으로도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영향은 없다. 다른 EU회원국도 같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확정적 탈퇴협정 이후 영국과 우리나라와의 관계이다. 한·EU FTA 당사자를 EU 뿐만 아니라 개별 회원국으로 보는 해석에 따르면 영국이 EU에서 완전히 탈퇴하더라도 영국로펌은 한·EU FTA 효력을 그대로 적용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영국은 우리나라에서 철수하는 일 없이 우리나라 법률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를 EU 자체로 제한해서 해석하면 영국과 우리나라간 FTA 협상이 다시 재개 될 수 있다.
한·EU FTA 당사자 지위에 대해 법무부는 아직 확정적으로 정해진 입장이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24일 “탈퇴협정을 위한 영국과 EU간의 협의 기간 중 우리나라와 영국간의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률시장 개방과 관련해 영국과 따로 FTA 협상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6일 브렉시트가 확정되면서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법률시장 개방 부분의 경우 이미 우리나라에 진입해 있는 미국 등 다른 국가와의 형평성 유지면에서 현재와 차이를 두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통상전문 변호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영국 로펌들이 한국 법률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정식인가를 받아 활동해온 만큼 영국과의 외교 단절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영국 로펌의 한국 내 지위 변동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법무부도 이같은 해석에는 이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양국의 협상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영국 로펌의 한국 내 지위가 변동 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은 외국로펌들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한국 법률시장 진입을 준비해왔다. 최대 로펌인 클리포드 챈스(한국 대표 토머스 리처드 월시)가 2011년 12월 법무부에 외국법자문사 자격승인 예비심사를 신청했는데, 2011년 7월 한·EU FTA 발효로 인한 법률시장 개방 이후 첫 신청이었다.
클리포드 챈스가 2012년 7월19일 미국 로펌인 롭스 앤 그레이와 쉐퍼드 멀린 릭터 & 햄튼과 함께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첫 정식 인가를 받은 이후 최근까지 정식인가를 받은 영국로펌은 총 5개다.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 엘엘피(제임스 니콜라스 피터 도)가 2013년 2월20일 정식인가를 받았으며, 같은 해 4월11일 링크레이터스(스티븐 제이 르 비스콘테), 2014년 8월4일 스티븐슨 하우드(김경화)가 정식인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알렌 앤 오버리(마티아스 유리겐 헬무트 보스)가 2015년 8월13일 마지막으로 정식인가를 취득했다.
2012년 5월7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외국법자문사 자격승인 정식심사 신청 접수식에서 클리포드 챈스 등 외국로펌 3곳이 외국법자문사 자격 승인 정식심사 접수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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