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전 공사 시작
주설비공사 등에 273억원 집행…우원식 "명백한 불법, 처벌해야"
2016-06-23 15:25:20 2016-06-23 15:25:37
[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지역 주민들과 정치권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 신고리 원전 5·6호기가 원자력안전위원회 건설 허가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공사를 시작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신고리 5·6기 건설을 위해 주설비공사, 수중취배수구조물 축조공사, 수중취배수 공사용22.9kV 배전선로 설치공사, 콘크리트 시험실 보수공사 등으로 총 273억원을 이미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또 철근, 철골, 시멘트 등 건설자재는 물론이고 안전등급 충전기와 전압조정변압기(E214), 안전등급 열교환기(N204) 등 주요기자재 마련을 위해 1조7802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우원식 의원은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은 그저 통과의례로 생각하며 국민 안전을 무시하고 있다”며 “건설 허가 전 한수원이 공사를 진행한 것은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으로 철저한 조사를 통한 관련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울산 울주군의 부지에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강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치권의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더민주 김영춘 의원과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 정의당 노회찬 의원 등 야당 의원 22명은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하고 신고리 5·6호기 반대 활동을 지난 21일 시작했다.
 
이들은 안전성 평가가 절대적으로 부실하다는 점을 건설 반대의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좁은 부지에 여러 개의 원전이 밀집하면서 발생하는 위험에 관한 고려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영춘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에는 약 16만명이 거주했다”면서 “그러나 고리-신고리 원전 반경 30㎞ 안 거주 인구는 무려 380만명으로 사고가 나면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측도 안전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TID 14844((Technical Information Document 14844)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는 최소 2만5000명인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32~43㎞ 가량 떨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행 법규에 준용하라고 한 TID 14844 대신 준용 근거가 없는 Regulatory Guide 1.195를 적용해서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제한 거리를 4㎞로 정한 것”이라며 “이 결과로는 서울 인근에도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야당은 내부적으로 에너지·전력수급기본계획 개편안을 검토 중인데 특히 원전 건설 계획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여기에 원전 건설을 관장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소속 30명 중 야당 의원은 16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원전 건설과 관련해 정부 비판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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