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전세계 복제약 1위 제약사인 이스라엘계 테바가 국내 시장에선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도전과 복제약 최초 발매로 글로벌 제약사로 올라섰지만 국내선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거두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테바(지분 51%)는 지난 2012년 국내사 한독(49%)과 손을 잡고 한독테바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겠다는 포부와는 다르게 출범 3년이 지났지만 한독테바의 매출액은 지난해 105억원에 그쳤다. 글로벌 테바는 2014년 10조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한국 지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한 셈이다.
한독테바가 부진한 이유는 테바의 전략이 국내에선 통하지 않아서다. 테바의 핵심 전략은 특허소송을 통한 복제약 최초 발매가 꼽힌다. 하지만 한국에선 최초 복제약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
글로벌 복제약 시장은 8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중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이 40%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은 특허법에 의해 소송으로 오리지널약의 특허를 깨고 가장 먼저 진입한 복제약에 6개월 간 독점판매 권한을 부여한다.
미국에서 독점판매권을 받은 복제약은 단숨에 억 단위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실제 테바는 지난 2013년 고혈압치료제 '코자'의 최초 복제약으로 6개월 동안 2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테바의 최초 복제약들이 성공하면서 매년 매출이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특허법에 의해 최초의 복제약에 9개월 동안 독점권을 부여한다. 하지만 미국과 다른 보험체계로 인해 막대한 매출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미국은 사보험 시장(사보험 70%, 공공보험 30%)이 주를 이룬다. 미국의 경우 사보험사는 중저가의 보험비를 부담하는 사람에겐 비싼 약의 처방을 제한한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도 비싼 신약은 처방받을 수 없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최초 복제약이 출시되면 단숨에 폭발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는 공공보험 체제다. 국내에선 비싼 약이든 값싼 약이든 공공보험에서 부담해 약물 선택의 폭이 크다. 국내에선 최초의 복제약이 출시돼도 대형약물로 여겨지는 100억원대 돌파가 쉽지 않다. 더욱이 100억원대에 근접하는데도 대체로 1여년이 걸린다. 의료진이 굳이 오리지널약에서 복제약으로 처방을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선 최초 복제약 전략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테바가 국내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차별점 없이 단순 복제약 회사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