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세대출 규모 역시 눈덩이처럼 커졌다.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늘려주고,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지만 오히려 전셋값만 더 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물량 공급을 늘리는 것 이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놨다.
9일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5월말 기준 전국 주택 평균 전세가격은 2억136만원으로, 지난해 말 1억8579만원보다 8.38%나 올랐다. 전세 재계약 시점인 2년 전(1억5889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27.2%나 급등했다.
전세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가계의 대출액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시중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올해 3월 기준 25조6315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23조6636억원에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1분기 증가액(1조3298억원)의 48%나 많은 수준이다.
최대 한도까지 전세자금대출을 받았지만 단기간에 급등한 전셋값 상승분을 채우지 못한 수요자들의 경우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을 이용하거나 일반 신용대출까지 이용하는 등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전세난 해결책이 없어 정부도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전세임대 4만1000여가구 등 공공임대주택 12만5000여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지만 불안한 전세시장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특히, 전세의 경우 민간사업자의 공급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최근 이어지는 저금리와 주택시장 불확실성에 공급량 증가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허명 부천대학교 교수는 "금리가 낮아 민간사업자의 월세 전환은 더욱 빨라지고 있고, 앞으로 주택가격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어 민간사업자들도 전세 공급을 꺼려하고 있다"며 "전세임대사업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 혜택을 늘리는 등 임대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유도할 수 있는 대책이 보다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한도 확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금리 인하는 세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지만 전셋값이 오른다고 한도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은 전세 공급 가격도 함께 상승하도록 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이는 결국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솟는 전셋값에 은행권 전세자금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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