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정부책임' 발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산업은행은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 과정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9일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홍기택 회장의 발언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산은 입장이 난감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조선사의 부실 지원에 대한 책임이 산은으로 쏠렸던 상황에서 정부가 전체 밑그림을 그렸다는 홍기택 전 회장의 발언으로 정부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대 국회 첫 청문회 분위기까지 가고 있어 자본확충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산은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구조조정 일선에서 활약 중인 임원진이 물갈이 될수 있다는 '담당 임원진 교체설'까지 나오고 있어 업무 차질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산은 다른 관계자는 "대우조선 가지고 문제 삼는거라고 하면 앞전에 관리하던 사람들이 문제지 지금은 그거 터지고 나서 해결하려고 나선 사람들이라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무사 만루 상황에서 등판한 분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의 책임을 국책은행으로 떠 넘기는 상황에서 홍기택 전 회장의 발언이 통쾌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산은 또 다른 관계자는 "홍 회장의 발언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적시한 것일 뿐"이라며 "정부에서 너무 국책은행으로 책임을 몰아가는 분위여서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홍 전 회장의 발언에 통쾌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홍기택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 지원에 대해 "지난해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으로부터 정부의 결정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대우조선 회계부실의 책임을 정부 쪽으로 돌린 바 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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