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여야 3당이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극적으로 합의했다. 20대 국회의 첫 본회의가 9일 열려 정세균 국회의장을 선출하면서 원 구성 지연으로 인한 '불법 관행'을 깰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도 법정 시한을 넘기기는 했지만, 역대 가장 빠른 원 구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총선 후 첫 임시국회를 임기 개시 후 7일 내에 열고 의장단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임위원장 선출은 그 이틀 뒤에 확정해야 한다. 20대 국회는 연휴가 끼어 있어 의장단 선출은 지난 7일, 상임위원장 선출은 9일까지가 법정 시한이었다. 그러나 여야는 9일 의장단을 선출했고, 오는 13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며 원 구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법적으로는 기한을 넘겼지만 13대 국회 이후 평균 50일 이상이 걸렸던 '관행'은 크게 흔들렸다. 1994년 현행 국회법으로 개정된 후 이번을 제외하고 가장 빠른 원 구성은 16대 국회에서 이뤄졌다. 임기 시작 후 17일 만에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마무리했다. 만약 오는 13일 원 구성이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이번에는 15일이 걸린 셈이다.
이같은 '기록 경신'을 보면서 새 국회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타협과 설득, 양보가 있는 국회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번 원 구성 협상 자체가 15대 총선 이후 20년만에 탄생한 3당 구도에 담긴 국민들의 뜻을 받아들인 측면이 다분하다. 각 당별로 득실이 있고 뒷말도 나오겠지만 1당이 의장을 맡고 여당이 주요 상임위원장을 가져가는 등 '순리'를 따르라는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해 나온 결론이라는 평가다.
이제 눈길은 자연스럽게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변화하는 국회에 발맞춰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가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두 번의 거부권 행사로 청와대는 이미 '3권 분립 흔들기'와 불통의 대명사로 떠오른 상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정 운영 기조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김재원 전 의원을 정무수석 비서관으로 임명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예선에서 탈락해 본선에도 못 올라간 인물이다. 이미 친박계 핵심으로 불리는 현기환 전 수석을 통해 국회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김 전 의원의 행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오는 13일 국회에서 개원 연설을 한다. 단상에서 바라보는 본회의장의 풍경은 과거와 사뭇 다를 것이다. 박 대통령이 줄어든 새누리당 의석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국민들은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개원 연설을 계기로 3당 구도를 만든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타협하고 소통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부 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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