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23일 입법예고 했다. 이른바 통합방송법으로 불리는 방송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인터넷(IP)TV의 케이블TV 지분소유를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 때문에 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M&A를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 입장에서는 통합방송법이 반가울리 없다.
KT와 LG유플러스도 이러한 가능성을 인지하고 정부의 M&A 심사가 통합방송법 개정 이후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올 초 진행된 신년회에서 "통합방송법이 개정 중에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법이 확정된 이후 딜이 이뤄지는 게 맞다"며 "개정된 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은 안을 그냥 추진한다는 것은 황당하기 그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26일 과천정부청사 인근 식당에서 출입기자단 오찬감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래창조과학부
정부는 그러나 M&A 심사에 통합방송법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 경쟁사들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 26일 오찬간담회에서 "장래에 어떻게 되니까 지금 일을 안하겠다는 것은 일을 하는 사람의 태도로서는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M&A 심사에 통합방송법이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통합방송법 통과를 기다릴 수 없는 것은 길어지고 있는 M&A 심사기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통합방송법은 19대 국회에서 논의돼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국회를 넘지 못했다. 이에 정부 입법으로 20대 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이 재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도 통합방송법 통과 시기는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업결합 심사가 장기화 되면서 각종 비난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의 M&A 심사기간이 길어져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제 통과될지 모르는 통합방송법에 영향을 받아 M&A 심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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