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어희재기자]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금 보유 규모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다. 부채 상환 위기에 놓인 가운데 현금이 고갈되면서 안전자산인 금을 꾸준히 매각하고 있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가 부채 상환을 위해 금을 매각하면서 1분기 말 베네수엘라의 금 보유 규모는 740만온스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금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베네수엘라의 금 보유량이 3분의 1로 줄었으며 올해 1분기에는 16%를 추가로 팔았다. 매각을 통해 1분기에만 17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금 보유국이었다. 세계금협회(WC)에 따르면 지난해 연초 기준 베네수엘라의 금 보유 규모는 약 367톤으로 세계 16위 수준이었다. 미국과 감정이 좋지 않았던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2011~2012년 동안 달러 대신 금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당시 외환보유고의 70% 이상은 금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유가가 급락하면서 본격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국제유가는 100달러에서 40달러까지 추락했고 수출의 95%를 차지하는 원유 사업은 붕괴됐다. 베네수엘라의 국영석유기업인 PDVSA는 올해 60억달러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약품 구입난으로 아수라장이 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모습. 사진/로이터
국내총생산(GDP)의 17%인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까지 상환 압박에 시달리면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구성하고 있는 금 자산을 본격적으로 매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구엘 페레즈 아바드 베네수엘라 경제담당 부통령은 “현금 흐름에 문제가 있지만 단기적으로 충분한 자산을 갖고 있으며 부채 수준 역시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금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IMF는 베네수엘라의 올해 GDP가 마이너스(-)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상승률은 1642%까지 치솟을 것으로 관측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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