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가 금융권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가 제시하고 있는 이의 조정 절차 신설이나 교육훈련 성적을 인사에 반영 등은 그럴듯해 보여도 과거의 불완전한 제도를 답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금융위가 성과제를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금융공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제도'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 공공기관 평가 및 영업방식 개선방향'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공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책금융서비스를 제고하겠다는 것은 허울 좋은 명문일 뿐, 사실은 과거의 제도를 급하게 재탕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임종룡 위원장 주재로 제3차 금융공공기관
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성과 평가 시 직원을 참여시키고 이의 신청을 받겠다는 방안이다.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식으로 평가의 신뢰성을 높이고 일방적인 배점을 지양하겠다는 취지인데, 금융권 관계자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980년 당시 비슷한 취지로 도입된 '노사협의회' 제도도 아직 정착되지 않은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직원 개인의 의견이 평가에 얼마나 반영되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노사협의회 제도는 출범한지 40년 가까이 됐음에도 현재 ▲협의회의 형식적 운영 ▲고충처리제도 운영분위기 경직 ▲노사협의회에 대한 이해 부족 ▲합의사항 불이행 등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교육훈련 결과를 성과제에 반영하겠다는 것 또한 새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이미 많은 금융 공기업이 교육 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성과에 반영하고 있다.
금융위가 제시하는 권고안 내용과는 별개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소통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화와 토론 끝에 협의된 정책을 내놓기 보다는 급하게 과거의 정책을 재탕한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성과주의를) 대통령이 하라고 하니깐 하는거지 제대로 된 보고서 하나 없는 것을 보면 장기적 시각이나 장단점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몇년동안 토론해도 될까 말까인데, (임종룡 위원장은) 소통 보다는 언론플레이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성과주의 도입에 실패한 미국이나 영국을 뒤쫒아 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치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장은 "성과제 도입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영국이 30년 동안이나 성과주의를 정착시키지 못한 것을 참고 삼아, 꾸준한 대와와 토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성과주의가 금융공기업 내에 정착하려면 먼저 평가 기준에 대한 노·사정 간 신뢰가 쌓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재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서로 간의 신뢰 없이 현재의 연봉제를 뜯어고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 마련되려면 장기간 동안 의견 수렴을 거치고 금융업 종사자들과의 컨센서스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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