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지난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입에서 나온 '우간다 발언' 이후로 반 년이 흘렀지만 금융공기업의 성과주의 도입은 여전히 안갯 속이다.
당시 부총리는 "입사 10년 후에 역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논란을 촉발시켰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곧바로 성과주의 도입을 골자로 한 '거친 개혁론'을 꺼내들었다.
금융당국이나 금융공기업 사측이 노조의 반발 때문에 성과주의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실상 현장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제대로 된 진단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면서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6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주재하고 성과연봉제 추진 현황을 직접 점검할 예정이다. 성과주의 도입을 강조하고 있는 임 위원장에게 남은 시간은 앞으로 한 달 남짓이다. 박 대통령에게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임 위원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성과주의 도입은 물 건너 가는 분위기라는 게 중론이다.
노조와 사측의 대화는 여전히 막혀 있고, 최근엔 야당까지 가세해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7개 금융공기업 가운데 예금보험공사 한 곳만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했지만 예보의 노조는 금융산업노조 소속이 아니다보니 당국이나 사측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나 금융공기관은 노조의 반대 탓에 성과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고 설명하지만 금융위의 추진방식 자체가 노조의 반발을 불러 되레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에 쫓긴 금융위가 노사관계에 불법적인 개입을 했다는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7개 금융공공기관들은 사용자 협의회를 탈퇴했다. 금융권 노사 대표들의 협상하는 방식으로는 성과주의를 상반기 내에 도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개별적으로 노사 합의를 보겠다는 의도였다.
이는 오히려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금융위는 관련 지시가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금융공기업의 얘기는 다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 산하의 금융공기관들이 동시에 탈퇴를 하겠다고 입을 맞추는 데 금융당국이 몰랐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예보의 경우에도 정부가 '성과주의 도입 선도기관'으로 선정했지만 곽범국 예보 사장이 주최한 성과연봉제 설명회에 직원들을 강제 참여시켰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관계자는 "참석하지 못하는 직원은 사유서를 내라는 부서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에 성과연봉제를 연계하면서 실타래는 더욱 꼬이고 있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10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전제가 성과주의 도입이라고 못을 박았다.
구조조정 실기와 그에 따른 적자 실적에 국책은행의 쇄신안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성과주의 도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기업은행은 성과급 비중이 금융공기관 중에 가장 낮은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뒀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에서 금융당국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에도 5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하면서 국책은행 자체적으로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금융당국도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도 금융위의 성과주의 도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성과주의 도입에 힘을 실었던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해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되면서 연내 도입 가능성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금융노조 뿐만 아니라 제1당에 등극한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도 금융위원장은 사퇴 압박을 받는 지경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금융노조와 자리를 갖고 "금융당국과 공기업 사측의 불법행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노동현장을 잘 아는 국회의원들로 진상조사단을 꾸려 불법행위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즉각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지난 10일 열린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책은행에 "성과주의를 도입하지 않으면 자본 확충이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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