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시장 자율을 강조하던 금융위원회가 카드사와 밴사 간 '전표매입 수수료' 문제에 개입한 사실이 알려져 다시 관치의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도입 과정에서 카드사와 밴사 간의 수수료 문제로 차질이 빚어지자 금융위가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정해준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시장 원리에 따라 수수료 체계가 정해져야 하는데 금융당국이 정해주는 꼴이라 과도한 시장 통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와 관련해 밴사와 카드사에 '전표매입 수수료'를 부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지난해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하면서 카드사들의 요구를 수용해 5만원 이하 소액결제는 가맹점과 별도 협의 없이 카드사의 통지만으로 무서명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무서명 거래가 확대되면서 밴 대리점이 카드사를 대신해 전표를 수거하면서 받는 '전표매입 수수료'가 문제가 됐다. 무서명 거래가 늘어나면 카드사는 밴사에 지급하는 밴수수료 가운데 전표매입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돼 비용부담이 줄어들지만, 밴사를 통해 건네받는 전표매입수수료를 수익 기반으로 하는 밴 대리점은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무임금 무노동'의 원칙을 내세우며 전표 수거를 하지 않으니 '전표매입 수수료'를 더는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밴사 또한 카드사와 밴 대리점 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와 여신금융협회, 7개 전업 카드사, 밴사, 밴 대리점 등 카드업계 이해관계자들은 지난 3월부터 세 차례 회의했지만 견해차를 넘지 못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금융위가 나섰다.
금융위는 지난달 19일 열린 4차 회의에서 밴사와 카드사가 '전표매입 수수료'를 나눠 분담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현재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카드 결제 한 건 당 평균 110~120원인데, 이중 평균 36원가량이 밴 대리점이 받는 전표매입수수료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수수료를 30원으로 낮춰 카드사와 밴사가 나눠 분담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카드업계는 지나친 시장 간섭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무서명 거래를 확대하는 이유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보전 차원인데 전표매입 수수료를 카드사에 부담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관치라는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시장에서 정해야 할 사안을 금융당국이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밴 대리점의 전표매입 수수료 문제가 국민 다수를 위해 당국이 나서야 할 중대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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