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김진양·이지은기자] 예상치 못한 총선 결과에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대선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를 용도 폐기한 정부여당에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면서 철옹성 같던 새누리당의 과반이 무너졌다.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8년의 경제 실패를 심판하자는 더불어민주당 주장에 표심이 움직였다.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골목시장까지 파고드는 재벌의 확장성, 재벌 3·4세의 갑질 행태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재계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긴장감까지는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경제정책이 추진되는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여소야대로 (국회) 지형이 바뀌게 된 만큼 각종 규제들이 도입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더민주)김종인 체제가 경제민주화를 정면으로 내세운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동개혁 등 19대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긴장감이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총선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삼성은 더민주의 광주 전장사업 유치 공약을 무작정 배제하기 어렵게 됐고,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도 인력 구조조정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물론 민간기업이 시장주의를 무시한 정치권 압박에 휘둘릴 가능성은 적지만 어떤 형태도든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은 무시할 수 없다. 또 법인세 등 증세론도 휘발성이 높은 난제다.
이를 의식한 듯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이날 투표 마감 직후 논평을 통해 20대 국회가 경제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선공을 취했다. 상의는 "기업들이 자유와 창의정신을 살려 일을 마음껏 벌이고, 국민들이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찾아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선진제도 구축에 힘써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전경련은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데 초당적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내심 반색하는 모양새다. 중기중앙회는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통한 동반성장을 위해 공정한 자원 배분과 시장의 공정성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며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왼쪽)과 김종인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사진/뉴시스
남궁민관·김진양·이지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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