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한국이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 속의 중추적 동반자(pivotal power)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도적 국가들간의 협의에서 한국이 의장국으로 등장해 국제사회의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5일부터 26일(현지시간 25일)까지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정상회담에서 내년 6월 캐나다 G-8 정상회담에 이어 11월 제 4차 G-20 정상회담 개최지로 한국이 최종 결정됐다.
건국이래 가장 크고 영향력있는 경제정책적 국제행사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됨으로써 국가 브랜드 이미지와 역할이 크게 높아질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개최선정은 전세계적 경제불균형 속에 개발도상국으로 도약하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은 것이고 현재의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탈출한 모범사례로서 평가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 G-20 개최국 선정은 단순한 국제회의 개최지와 의장국의 역할을 넘어 세계 경제공조체제의 중심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위를 인정받았다는데 의의가 있다.
◇G-20 , 韓 국제경제 중심국 도약 기반되나
지난 1999년 선진 7개국(G-7)을 비록한 신흥경제국가인 한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의장국, 브릭스 가입 국가들의 재무장관회의로 시작된 G-20회의는 지난 2008년 11월 당면한 세계 금융·경제위기속에 정상회의로 격상돼 지구촌 경제공조를 위한 비공식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로 확대, 발전돼 왔다.
현재까지 선진 7개국(G7)과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 유럽연합(EU) 의장국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는 전세계의 90%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범 세계적 경제공조체제다.
세계경제 안정화를 위한 권고안을 마련하던 수준의 G-20는 국제 금융위기를 겪으며 각국간 재정정책을 공조하고 국제적 금융규제에까지 구속력을 미치는 초국가적 협의체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세계 경제의 많은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제금융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는 것은 G-20를 통한 긴밀한 국제공조체제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글로벌 거버넌스로 G-20를 제도화, 정례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회의의 발전속에 세계경제의 중요 이슈를 결정하고 조율하게 되는 의장국의 역할은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피츠버그)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내년도 회의 개최와 의장국 선정 여부였다"며 "세계경제속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은 수준에 이른 것"이라고 자평했다.
지난해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 세계경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던 G-20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전세계적 논의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새로운 국제경제질서 재편과정에서 '주인공'의 위치에 설 수 있을지, '조연'에 머물지가 G-20의 성공적인 개최와 밀접히 관계되는 이유다.
◇ 경제 선진국으로 한국의 역할은
이번 피츠버그 정상회의를 통해 참가국들은 경기회복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고 경제위기 극복이 안정될 때까지 확장적 거시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한국의 글로벌 경제구조의 해법 제시는 새로운 우리경제의 과제로 떠올랐다.
당초 논의되던 선진국 중심으로 논의되던 하향식(top-down) 경제협력체계에 대해 다수의 국가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과 호주 등이 제시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3단계 프로세스' 공동 제안의 상향식(bottom-up) 방식의 경제협력 아젠다는 선진국과 개도국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효과를 거뒀다.
여기에 금융위기를 대응하며 나타난 국제통화기금(IMF)의 신뢰성과 정당성 제고 필요 요구에 개도국과 신흥경제국의 역할 증대를 강조한 한국의 개혁방안은 새로운 국제경제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밖에도 저탄소녹색성장을 국가 아젠다로 내건 한국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앞으로의 기후변화 등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의 방향 설정에 커다란 역할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 앞으로 1년, 남은 과제는
내년도 회의 개최를 앞두고 정부의 행보가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의 이미 지난 2000년 아셈(ASEM) 정상회의와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지난 6월 한.아세안(ASEAN) 정상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때문에 회의의 개최에 관해 특별한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평가다.
하지만 새로운 경제질서 재편을 위한 선진국의 정책방향과 개발도상국의 역할분담에 대한 조율과 각국간 상호이익에 대한 조정은 가장 큰 숙제다.
모두가 만족하는 아젠다를 설정하고 모두가 공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하는 한국의 남은 행보가 중요한 이유다.
한편에선 이번 G-20의 개최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원은 "G-20 개최국이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 세계경제질서를 움직이는 미국·일본 등 주요 7개국(G-7)과 러시아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제전문가도 "G-20에서 결정된 경제해법에 대해 실질적인 찬성의견을 보일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새로운 세계를 열어야 할 키를 한국이 쥐고 있지만 모두가 만족할만한 세상의 문을 열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