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유독 오디션 프로그램이 좋다. 수만 대 1의 경쟁에서 죽을힘을 다해 자신의 꿈에 다가서는 어린 친구들을 응원하는 맛이 있다. 지난주까지 단 8명만이 살아남은 ‘K팝스타5’는 4년 전 시즌 1때부터 거의 빼 놓지 않고 챙겨보는 열혈 팬이다.
대세인 힙합을 경연장으로 끌어 올린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란 방송을 통해서는 요즘 젊은 친구들의 ‘스웨그’를 조금 이해하게 됐다. 최근에는 101명의 소속사 또는 개인 연습생 소녀들을 시청자 투표로 뽑는 ‘프로듀스 101’도 재방송을 꼭 챙겨보고 있다.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라”는 진행자의 멘트는 시정자들의 응원을 북돋운다.
내 욕심에 비틀즈의 ‘헤이 주드’, 아바의 ‘댄싱퀸’만 들려주던 두 아들 녀석들과 이제는 ‘연결고리’를 흉내 내 따라 불러보기도 한다. 제시니, 치타니 유명해진 여성 래퍼에 대한 대화도 제법 나눈다.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소녀들이 시청자들을 향해 단체로 부르는 ‘Pick Me'란 곡도 흥얼거린다.
가끔 운이 좋아 본방 사수를 할 때 면 아내는 심기가 불편하면서도 참아준다. 하지만 주말에 거실에 앉아 재방송까지 또 챙겨볼 땐 결국 잔소리를 하고 만다. 맞다. 이기적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경연 프로그램에 끌리는 이유는 과거 꿈에 도전하지 못한 나의 나약함에 대한 후회가 있어서다. 그들을 보면 내 못난 구석이 조금은 치유된다. 한 발짝 성장하는 모습에서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아무리 ‘흥의 민족’이라지만 실력 좋고 영감 있는 친구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것도 볼 때마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들이 가진 배경은 무대 위에선 아무런 도움이나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금수저와 흙수저 구분이 없다. 부모의 재력, 학벌, 나이와는 전혀 무관하다. 오직 타고난 재능과 노력에서 얻은 실력, 열정이란 진검으로 승부를 가른다.
그런데 과연 우리 젊은이들이 음악에만 재능이 있을까? 만약 모든 일자리에서 이처럼 공정한 룰을 적용한 오디션이 진행 된다면? 잠재력 있는 청년들을 차고 넘치게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무궁한 인재들이 국가의 돌봄 없이 불공정한 게임으로 사라지고 있다. 아니 게임에 참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스스로를 모든 걸 포기한 ‘n포세대’ 라고 부른다.
청년 실업률 10%, 청년 가계소득 마이너스, 지난해 20대 채무조정 신청자 9519명으로 17.7% 급증… 이런 수치를 뒷짐 지고 바라보는 세상에선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대출 받은 학자금을 갚을 길 없어 상점에서 6만5000원을 훔친 죄로 구속된 30대, 대학 졸업 후 빚진 학자금 700만원부터 갚겠다던 꽃다운 20대는 취업난에 목을 매 세상을 등졌다.
인생은 어쩔 수 없는 경쟁의 무대다. 그렇다면 공평한 게임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인, 너나 모두 나서 룰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성장하는 무대를 보며 함께 응원할 날을 기다린다.
박관종 건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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