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마련된 금융위원회의 '기술신용평가사' 제도가 졸속행정이란 비난이 나오고 있다.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고작 한 달 반 뿐인데다, 설령 시험에 통과했다 해도 실제 은행권 기술금융 업무에 투입할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누가 기술신용 교육을 담당할지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수험생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6일 기술보증기금은 금융위의 '기술금융 체계화 및 제도 개선방안'에 맞춰 기술금융 인력 선발을 위한 기술신용평가사 시험을 오는 4월에 실시한다고 밝혔다.
당장 준비해도 시험일까지 한 달 반 정도가 남은 셈이다. 보통 자격증 시험은 최소 6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고 발표가 되는 점을 감안하면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술금융 투자기업을 둘러보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 사진/뉴시스
더욱이 '기술평가와 신용분석 기초'와 '경영컨설팅과 지적재산권'과 같이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는 과목 두 개를 이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수험생들의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어느 정도 수준의 자격증은 적어도 6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고 일정이 발표되는데, 기술금융 검정시험은 너무 급하게 서두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운좋게 시험에 붙어도 문제다. 기술신용평가사 3급 소지자가 은행권 기술금융 부서에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의 기술금융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은 변리사나 회계사와 같은 전문인이나 석·박사급 고학력자다.
기술금융은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능력과 금융지식을 동시에 지녀야 가능한 업무다. 한 시중은행 기술금융 담당자는 "자격증만 보유한다 해서 채용하는 은행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그 자격증 소지자가 업무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교육 주체를 정하는 데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기보가 자체적으로 수험생들을 교육할지, 사이버인력개발원이 맡을지 명확히 정해 놓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위와 은행권의 소통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기술신용평가 제도가 도입된 것이 기술금융 인력이 부족하다는 은행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정작 일부 은행들은 이 제도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술신용평가가 기보에서 하는 거고 자체 TCB(기술평가기관)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술신용평가사 자격이 활용된다는 것만 알고 있다"며 "지난해 6월쯤에 금융위가 로드맵 상에 발표하고 세부 일정은 추후에 통지한다고 했는데 그동안 어떤 통지도 없었다"고 말했다.
기보도 이같은 지적에 따라 하반기 추가 시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보 관계자는 "자격 등록하자마자 안내 커리큘럼에 대한 공고를 했는데, 사전 교육에 대한 안내가 늦기는 했다"며 "수험생들이 더 준비할 수 있도록 하반기에도 시험은 한 번 더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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