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별 탈이 없이 진행되던 통합체육회 출범 작업이 통합체육회 발기인총회를 앞두고 벌어진 논란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통합체육회 정관과 관련하여 대한체육회 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 이기흥)가 통합체육회 발기인총회 참석을 거부하면서 지난 15일 예정된 발기인총회가 파행했다. 이와 관련한 쟁점을 두고 대한체육회 측과 통합준비위원회(위원장 안양옥) 측 등 관련자 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견해가 나왔다. 통합준비위원회 지원단의 한 사람으로서 관련 쟁점에 대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 해소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이번 글을 통해 내놓으려고 한다.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려면 정관에 대하여 IOC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나?
일부에선 통합체육회 정관은 통합체육회 창립 발기인총회 이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헌장(olympic charter) 제27조와 NOC 정관 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the drafting and/or updating of NOC statutes)에 따라 IOC실무부서의 사전검토 및 의견 수렴을 위해 정관(안)을 제출하는 행정 절차를 거쳐 IOC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통합체육회의 법적성격과 IOC 관련규정을 오해한 것이다.
통합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법에 의거한 특수법인인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진흥법에 의거한 특수법인 국민생활체육회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통합하는 국내법상 특수법인이다. 통합체육회의 여러 지위 및 역할 중의 하나가 올림픽 개최 등의 사업을 하는 스위스법상 법인 IOC에 가맹(인준)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이다. 따라서 통합체육회 정관에 대한 IOC의 승인여부와 관계없이 통합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법이 정한 바에 따라 정관인가 및 설립절차를 걸쳐 설립등기를 할 수 있고, 하여야 한다. 통합체육회 정관과 관련한 IOC 절차가 필요하다면 별도로 밟으면 된다.
NOC의 정관 개정 또는 수정시 IOC 관련 절차는 확정 전 정관안(draft NOC statutes)에 대한 NOC관계부서(NOC Relations Department) 검토(review and comments)를 위한 '제출(submit)'과 확정된 정관(NOC statutes adopted by the NOC General Assenbly)에 대한 집행위원회 '승인(approval)'이다. '승인'은 IOC 올림픽헌장에 규정된 요건(condition)이고(Bye-law to Rules 27 and 28, 1.3) '제출'은 헌장이 아닌 NOC 정관 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권고(reminder)다. 결국 통합체육회의 법적성격과 IOC 관련규정에 따르면 통합체육회 설립(발기인총회) 이전에 정관에 대한 IOC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NOC 정관은 IOC 올림픽헌장과 부속규정의 모든 사항을 준수해야 하나?
일부에선 통합체육회의 정관이 IOC 올림픽헌장과 부속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쿠웨이트와 같은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일까? 아니다. 이는 올림픽헌장의 NOC 규정과 다른 국가 NOC 정관의 경우, 그리고 쿠웨이트는 정관 문제가 아닌 사안이라는 점에 비추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IOC의 인준을 받아 가맹한 NOC는 IOC의 구성원(constituents)으로서 당연히 올림픽헌장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Olympic Chatrter 1. 4.). 올림픽헌장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IOC는 제재를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올림픽헌장 전문이 정한 '올림픽이념의 기본원칙(Fundamental Principles of Olympism)'과 다른 국가의 NOC 정관의 경우를 보면 NOC 정관 내용이 IOC 올림픽헌장과 부속규정의 모든 사항을 다 준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헌장은 제4장 The National Olympic Committees에서 사명과 역할, 구성 등 NOC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올림픽이념의 기본원칙 5항은 NOC의 규정 제개정, 조직의 구성과 운영 등과 관련하여 NOC의 자율권과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 올림픽이념의 기본원칙이라는 점에서 이는 IOC와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것으로 봄이 당연하다. 즉 올림픽헌장에 나타난 '올림픽운동(Olympic Movement)'에 장애가 되지 않는 한 NOC는 조직과 구성 및 그 운영에 관한 사항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NOC 정관 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IOC 위원(member)의 참여 등 NOC 구성, 총회 및 집행기구의 선출, 총회 및 집행기구에서의 투표권 등 주요 사항에 대해서만 일정 기준을 정하였다. 대한체육회 측이 문제를 삼은 정관안 내용은 위 가이드라인에서 일정 기준을 정한 사항이 아닌 것이다. 가이드라인에서 기준을 정한 사항과 관련하여서는 이미 모든 위원이 참석한 통합준비위원회에서 논의했고 위 가이드라인 기준과 저촉되지 않도록 내용을 마련했었다.
실제 다른 국가 NOC 정관의 경우를 보면 위 올림픽헌장과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사항과 다른 내용을 두고 있기도 하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예를 들면, 정관(BYLAWS OF THE UNITED STATES OLYMPIC COMMITTEE)은 최고 의사결정 및 집행기구 역할을 하는 이사회(Board of Directors)의 멤버 구성 및 임기를 올림픽헌장 및 가이드라인의 규정과 다르게 정하고 있다. 올림픽헌장은 집행기구의 임원과 위원 임기는 4년으로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으나 미국올림픽위원회 정관은 원칙적으로 8년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올림픽헌장과 가이드라인이 정한 멤버 구성과 투표권에서의 올림픽종목 단체 대표가 과반수를 넘어야 한다는 사항도 없다.
아무쪼록 통합체육회 정관과 관련한 IOC 승인 절차에 대한 괜한 논란으로 국민체육진흥법에서 정한 통합체육회 출범이 파행을 거듭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국제조약도 아닌 IOC 올림픽헌장과 관련한 통합체육회 정관 승인 문제로 국내법을 어기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다. 승인절차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내용이 있다면 통합체육회 출범 이후에 개정 내지 수정하면 된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안양옥 통합준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통합체육회 발기인 대회에서 일부 위원의 개회 반대와 불참에 따른 행사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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