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시대에는 단순 제품 판매보다 소비자 정보 활용이 더 중요해지면서 산업 간 경쟁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짐 툴리(Jim Tully) 부사장은 “IoT 시대에 하드웨어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장고를 공짜로 팔아야 할 것”이라며 “냉장고 문을 여닫는 시간과 횟수, 식료품 구매 이력 등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냉장고를 파는 것보다 최대 5배의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LG경제연구원의 ‘IoT, 경쟁의 핵심을 바꾼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다양한 IoT 디바이스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은 대부분 센서와 네트워크 기능을 이용한 단순 모니터링과 제어 수준에서 구현되고 있다.
다만 스마트워치, 밴드 등에서 시작된 IoT 디바이스들이 스마트홈을 비롯해 도시, 교통, 농업 등의 분야로 확대되면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는 추세다. IoT를 이용한 교통량 관제, 농작물 수확 등의 사례는 이미 각 산업 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이승훈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IoT가 더욱 지능화되면서 경쟁의 핵심 축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기존 기업들은 결국 새로운 기업에게 자리를 빼앗기며 산업 내 경쟁 패러다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되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바로 ‘공짜 냉장고’와 같은 현상이다. 그동안 가전 기업들은 냉장고의 용량, 냉기 순환, 소비 전력 등을 중심으로 경쟁해 왔다. 그러나 신선 식료품이 적시에 배송만 된다면 소비자는 굳이 고가의 대형 냉장고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소비자의 구매 이력을 축적·분석해가고 있는 아마존, 월마트 등의 유통 기업들이 만약 다양한 센서를 부착한 냉장고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면 더욱 정교하고 고도화된 방식으로 정보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에 향후에는 냉장고는 공짜로 제공하고, 주기적으로 소비되는 식료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 경우 냉장고 제조 산업의 경쟁 방식 변화는 불가피하다.
또 의료 산업은 다양한 헬스케어 디바이스와 솔루션들이 출시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사후적 질병 치료 중심에 머물러 있다. IBM이 IoT 기술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접목한 의료 전문 서비스 ‘왓슨(Watson)’으로 경쟁 구도를 바꾸려는 이유다. IBM의 목표대로 왓슨을 통해 의사 진단보다 질병 발생 징후를 빠르게 포착하고 오진을 혁신적으로 줄이게 된다면, 향후 의료 산업은 사전적 건강 관리 중심으로의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IoT 시대는 제조업에도 많은 혁신을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IoT 기술은 제조 공정 최적화를 넘어 제조 라인의 예측 정비, 자재·재고 관리, 물류 최적화 등 전반에 걸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대량 생산 중심의 제조 산업 패러다임은 ‘맞춤형 대량 생산’으로 전환될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물류 산업의 경우 기존의 가격 경쟁에서 맞춤 배송 경쟁으로 구도가 변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센서로 수집된 정보를 활용해 물품의 정보, 차량 위치, 교통 상황 등을 분석해 최적의 배송 경로를 찾아내고, 차량 간 또는 물류 센터와의 정보 교환을 통해 배송 일정과 재고 관리, 소비 패턴 등의 정보를 실시간 수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이같은 지능형 IoT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센서 기술의 발전’과 ‘정보 분석 및 판단 지능의 발전’이 필수적”이라며 “IoT는 향후 경쟁 방식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경쟁 강도를 매우 심화시키고 경쟁의 범위도 급격하게 확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